왜 우리가 남에게 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설명

적자생존이라는 말은 오랫동안 다양하게 남용되어 왔다. 이 개념을 강자생존 정도로 이해하거나, 더 나아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폭력과 사회적 약자를 열등한 개체로 등치시키고 억압하는 집단적 행동을 적극적으로 정당화하는 논리로 활용된 사례를 우리는 역사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적자(適者)’에 대한 이와 같은 오해는 지구상의 생물 가운데 인간이 가장 잘 적응한 종이라는 점과 동시에 대단히 폭력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혼재된 측면에 기인하는 면도 있을 것이다.

브라이언 헤어와 버네사 우즈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에 대한 이런 오해를 과학적으로 해명하고, 인간의 적응력과 폭력 간의 관련성을 조명한 역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가축화’라는 진화의 과정을 통해 인간(호모 사피엔스)은 문화와 기술의 발달과 전수를 이뤄왔고 지구상의 그 어떤 종도 이루지 못한 적응력을 키워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여기서 저자는 이런 과정에서 타인과 나누는 친밀함이 어떻게 인지 능력의 발달과 협력을 통한 거친 환경에 대한 적응에 핵심적인 기여를 했는지 친절히 안내한다. 호모 사피엔스의 가까운 친척인 네안데르탈인 또한 도구 사용 능력과 장례 의식과 같은 기초적인 문화적 양식을 지니고 있었으나, 유전적으로 사냥꾼의 습성에 가까웠던 특성으로 인해서 호모 사피엔스와 같은 복잡하고 정교한 문화를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진화의 역사 속에서 퇴장하고 말았다.

이미지 출처: flaticon.com

이 정도의 내용으로도 이 책은 적자생존의 진정한 의미가 친밀함에 있고, 우리가 지속가능한 번영을 위해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친절이 중요하다는 점을 충분히 일깨워주면서 나눔과 같은 친사회적 행위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소중한 행동인가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인간의 폭력성에 대한 엄중한 경고를 잊지 않는다. 자기가축화의 과정과 친밀함을 통한 유대의 증진이 주로 내부 집단에서 작용하며, 그 결과는 외부 집단에 대한 혐오와 폭력으로 발현된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문화와 기술의 쉼 없는 발전과 전쟁과 같은 폭력의 참혹함이 함께했던 역사의 흐름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결국 우리의 경계를 얼마나 확장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 문명의 발전과 그것이 가져온 강력한 물리적 힘은 외집단에 대한 폭력이 결국 내집단의 파멸을 함께 가져오는 상황으로 이끌고 있다. 소통의 확장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했던 SNS와 같은 도구들은 되레 더욱 좁은 내집단에 머물게 하고 다른 집단에 대한 끔찍한 혐오를 키우는 도구로 기능할 때가 많음을 이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인류의 미래는 그간 진화의 과정에서 생존력을 부여했던 친밀함의 능력을 얼마나 더 외부 세계를 향해 확장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저자도 언급하고 있는 것과 같이 다른 이들과 공감하고 다정함을 나눌 기회의 확대가 그래서 중요하다. 우리를 둘러싼 교육, 노동, 정치의 여러 공간에서 우리는 얼마나 다른 이들과 다정함을 나눌 기회를 얻고 있는가 자문하게 된다. 좋은 책은 덮었을 때 지적 만족감과 더 큰 고민을 동시에 남긴다. 남들에게 더 다정해지려는 사람이나 타인에 대한 다정함을 위선으로 삐딱하게만 보는 사람에게 특히 이 책을 추천한다.

노법래 |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연구위원

기부문화연구소와의 아름다운 인연으로 나눔 문화에 대한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학과에서 학생들과 함께 배우는 삶을 살고 있으며,
어릴 적 꿈이었던 해커는 접어두고
대신 데이터 과학을 기반으로 사회 문제를 관찰하고 해명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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