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다양한 전공의 사람들이 다각도에서 예측할수록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8p
건축가인 작가는 ‘건축가는 사회의 복잡한 관계를 정리해 주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건축가가?! 나는 그게 사회복지사나 비영리단체 관계자가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건축과 사회복지는 서로 큰 관련 있는 분야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가, 저자의 뜻밖의 이야기에 마음이 동해서, 유튜브로 저자 강의를 찾아 듣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지금 있는 이곳 캐나다로 책값의 3-4배 배송료를 내며 이 최신 서적을 구해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동굴 벽화로 추정할 수 있는 선사시대부터 종교의 정점이었던 중세, 흑사병으로 인해 종교 권력이 무너지고 인간의 시대로 진입한 르네상스, 그리고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공간과 권력관계” 를 재미나게 보여 주고 있다. .
또한, 다수의 행복한 삶을 위해, [아파트, 종교, 교육, 직장, 도시, 상업시설, 청년의 집, 지역균형발전] 등의 주제를 총 11장에 걸쳐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이러한 분야를 교육 전문가나, 주거복지 담당자나 사회복지사, 혹은 마을 기획자가 아닌, “건축가가 건물과 도시 디자인”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몹시 흥미로웠다.
그는 “공간이 바뀌면, 사람들의 관계가 변화한다”며, 코로나 이후 달라진 사회에 맞춰 ‘다수의 행복’에 대한 대안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다수의 행복에 대한 고민을 비영리 관계자가 아닌 타분야의 사람이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놀라웠다.
과학자는 과학자대로, 경제학자는 경제학자대로, 법률가는 법률가대로, 기업가는 기업가대로 그렇게 각 분야의 어떤 사람들은 각자 자기의 분야에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그렇게 마음 든든할 수가 없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데 나는 마음 착한 소수의 비영리 기관 사람들만 노력하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핵심은 이렇다. 같은 양의 콘크리트, 같은 양의 유리를 가지고도 어디에 창문을 두느냐, 벽을 어떤 모양으로 만드느냐, 건축물의 배치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건물 내부의 사람만 좋은 건축물을 만들 수도 있고, 건물 내부의 사람뿐 아니라 외부의 시민들에게도 혜택을 줄 수도 있는 건물을 만들 수도 있다.
338p
남을 위한 일을 하기 위해 내 손해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손해보지 않은 채 너도 좋고 나도 좋은, 둘 다 win-win 하는 방안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느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방법을 “모두”가 고민하는 것이리라.
저자가 책 말미에 한 이야기가 눈에 들어온다.
19세기에 석탄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을 때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었다. 석유와 수소. 그 당시의 기술적 완성도는 석유와 수소가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당시 사람들은 석유가 조금 싸다는 이유로 석유를 선택했다. 그 결과가 바로 지금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환경 위기의 세상이다. ……. 미래는 우리가 만드는 오늘의 선택이 모여서 만들어진다.
359p
저자는 코로나로 인해 공간의 변화가 가속화 되었고, 이로 인해 권력의 방향과 크기가 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바로 지금이 변화를 위한 적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
이런 비슷한 이야기를 IMF 때도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가 또 다른 현명한 선택으로 다음 세대에게 ‘우리가 잘했다’는 평을 듣기를 희망한다.
모든 이가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선택을 한다면, 후손들에게 미안해 하는 일을 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동안 만들어졌던 건축물이 역사적으로, 지역적으로 어떤 차이로 어떻게 사람들을 통제하고 권력을 행사해 왔는지 흥미 진진했고, 또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도시와 건물과 공간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보너스로, 더 나은 세상으로 고민하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있다는 든든함도 같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하루 | 전)아름다운재단 나눔교육 반딧불이사회복지사였고, 비영리기관에 몸 담았던 적 있으나, 지금은 어쩌다 다른 나라에 잠시 머물며 익숙했던 것과 거리두기 하는 중 하루하루 열심히, 재미나게 살려 했던 젊은 날과는 달리 40대가 되면서는 오늘 하루 나의 선택이 다음 세대를 위한 올바른 행동이었는지, 조금 더 어른스럽게 책임지는 자세를 가지려는 중년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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