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회사에서 15년을 일하다가 비영리에서 일하게 된 내가 보기에 비영리는 전혀 새로운 세계였다. 영리는 꿈이든 뭐든 그 성과를 시장에서 구현하고, 그에 필요한 자원은 시장에서 조달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세계였다. 다양한 가치들이 있겠지만 ‘시장’의 언어는 대개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통하는 공용어였다. 그러나 비영리는 달랐다. 비영리는 ‘시장’이라는 장소 외에도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이나 구현할 수 있는 꿈과 마당이 매우 넓고 다채로운 곳이었다.

제로의 힘은 매우 넓고 다양한 꿈의 구현과 자원동원 방법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처럼, 새로운 마케팅의 도입이 긴급하게 필요해졌을 때 영리회사에서 난상토론 끝에 나오는 결론이라고는 ‘예산전용’이 고작이지만 비영리에서는 훨씬 다양한 방법이 가능하다.

 

“비영리가 영리에게 자랑하는 책”

 

내가 비영리에서 일하기 전의 유행이었던 것 같기는 한데, 영리 부문에서 개발되어 널리 사용되는 문제 해결과 관리의 도구와 기법을 받아들이려는 시도가 많았던 것 같다. 물론 다른 부문으로부터 좋은 것을 널리 받아들이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며, 실제로 보다 오랫동안 다양한 도구와 기법을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데에 영리부문이 앞섰던 것 또한 사실이다. 영리부문 또한 이에 교회(=비영리)나 군대, 정부의 도구와 기법으로부터 유용한 점들을 많이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러나 영리부문의 도구와 기법 도입을 고려할 때 영리의 선진화된 도구와 기법들이 영리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들이라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받아들일 것들은 물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겠지만, 영리의 도구와 기법들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들 중 어떤 것은 비영리에는 존재하지 않거나 이미 해결되어 있는 것들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고민 없이 받아들이려고 하면 (모든 처방이 그러하듯) 부작용만 받아들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그래서 비영리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제로의 힘> 이 책은 비영리다운 자원 동원 방법, 문제 해결 방법,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매우 넓고 다양한 마당을 보여준다. 이 중에는 당연히 영리분야에서도 받아들일 만한 것들이 있을 것이고, 일부 영리한 영리기업은 이미 널리 도입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의 ‘자랑질’ 중에는 ‘정작 비영리가 과연 이렇게 하고 있나?’ 하는 것들도 더러 접하게 된다. 문제의 해답을 외부에서 찾기 전에 가까운 우리 모습을 먼저 살피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이 책을 권하는 이유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