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 비즈니스에서는 익숙한, 비영리에서는 낯선?
지난 7월, 방콕에서 열린 ISTR 아태지역 컨퍼런스에서 기조강연자로 나선 앤서니 J. 스파이어 교수(호주 맬버른大)는 강연 중 이런 말을 했습니다.
Most of NGO people are idealist. The key to democracy is about compromise. But compromise isn’t a word idealist understand. They all just want their voice heard, and beat out everyone else.
비영리 활동가는 대부분 이상주의자다. 그리고 협상은 민주주의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상주의자에게 협상은 낯선 단어다. 이상주의자는 남들이 자기 목소리를 듣기만을 바라며, 다른 사람을 물리치기만 한다.
비영리 활동가 중에 이상주의자가 많다는 점은 수긍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시민사회가 쌓아온 성과는 현실주의자 활동가 덕분이라는 점도 분명합니다. 이상주의자와 현실주의자, 이들은 꼭 다른 사람이어야 할까요? 그리고 실제로 다른 사람일까요? 비영리 활동가 대부분은 민주적 소양이 부족하며 협상과는 담을 쌓은 사람들일까요?
협상, 목표를 이루는 방법
협상이라고 하면 상대방을 속이거나 강박해서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을 떠올리기 쉽고요. 권모술수, 적당한 타협 등의 의미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비영리 활동가에게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말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협상이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에 따르면 뛰어난 협상가는 다음과 같은 자질을 갖고 있습니다.
1. 뛰어난 협상가는 자신을 낮춘다.
당신이 옳다는 생각, 당신의 감정, 상대를 이기려는 당신의 마음(호승심)은 협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협상의 핵심은 당신이 옳음을 입증하는 것도, 상대를 이기는 것도 아니다.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이러한 협상에서 당신은 언제나 가장 덜 중요한 사람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상대방이다. 상대방의 머릿 속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어야 협상에 성공할 수 있고, 당신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그러려면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감정을 잘 헤아려야 한다.
나에게 집중하는 감정은 협상에 방해가 되며, 상대에게 집중하는 공감은 협상에 도움이 된다. (130쪽)
2. 뛰어난 협상가는 윈-윈한다.
협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상대방도 잘 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상대방이 협상에서 어떤 혜택도 얻지 못하면 합의를 이루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대로 만약 당신을 속여야 상대방이 득을 보는 상황이라면 이를 양측에 도움이 되는 성과에 따라 상대가 득을 보는 상황으로 바꾸어야 한다. 협상은 어느 한 쪽의 승부와 무관한 경우가 많다.
3. 뛰어난 협상가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뛰어난 협상가가 되려면 부정적인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어려워 보이는 문제 안에는 반드시 기회가 있다. 숨겨진 기회를 찾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회를 찾으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오래된 문제, 해결이 난망한 문제는 언뜻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간단하다. 상대방의 욕구와 나의 협상 목표를 묻고, 사안에 내재된 무형의 가치를 파악한 다음, 긍정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 된다.
훌륭한 협상가의 자질은 곧 훌륭한 활동가의 자질
이 책에서 말하는 훌륭한 협상가의 자질, 즉 낮은 자세, 윈-윈, 긍정적 사고는 훌륭한 활동가의 자질이기도 합니다. 저자 역시 협상의 문제를 사회문제와도 연관짓습니다. 예컨대 자녀와의 갈등이나 아동학대 문제는, 아동을 어른의 소유물로 볼 뿐 협상 상대, 즉 어른과 대등한 인격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죠. 우리나라에서 특히 만연한 갑질 문화와 관련 있는 아래 구절에도 주목해 봄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대방을 존중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특히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일수록 더욱 그렇다. 상대방을 무시하기 전에 그 사람이 내 인생에서 단 1퍼센트도 필요하지 않은 사람인지부터 생각해 보는 게 좋다. (355쪽)
<협상론 여섯 가지 방법>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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