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은 기억이 없다.  입시때문에 여러번 봤던 수험서 외에는. 이달의 기부문화도서를 추천해야하는 과제때문에 이런 저런 책을 떠올리다, 작년 말 책을 대거 정리하면서도 버리지 않은 책이 생각났다. 더듬더듬 책꽃이를 찾아 책표지를 열고 보니, 이제 이 책은 내가 세번을 읽은 유일한 책이 되었다.

‘비영리 단체의 경영’을 처음 만난건 공식적으로 비영리조직에 입사지원을 해 면접을 준비하던 2002년이다. 내가 지원한 직무에 대한 질문을 받겠지만, 그보다 비영리조직에 대한 이해나 자세와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찾아 읽었었다. 사실 그 당시 마땅히 읽을 책도 없었다. ‘NGO란 무엇인가’ 정도가 다였다. 다행인지 책에서 얘기한 내용을 질문받지는 않았다. 두번째 기록은 책의 메모에서 찾을 수 있었다. 5년간 비영리조직에서 일하면서 생긴 고민을 해결하고 싶어서, 그리고 진학을 준비하며 이 책을 다시 찾았던 것이다. 당시 조직 상황을 해석해 주거나 어떻게 해야할지 실마리들이 있어 여러부분에 밑줄을 그어놓은 흔적이 있다. 그리고 세번째는 바로 이 글을 쓰기 위해. 

피터 드러커는 경영의 대가로 유명하지만 비영리 경영을 얼마나 잘 알고 다루고 있을까? 기업 경영 이론을 끌어 비영리에 단순 대입만 한 것은 아닐까? 서문을 보면 1990년 이 책이 발간될 당시 40여년 간 비영리단체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하니 영리 경영 전문가가 비영리를 어슬렁대는 것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이 책을 통해 피터 드러커에 감사하고 싶은 점은 필란트로피나 사회적경제를 공부하면서 그냥 외워버린 것 같은 비즈니스와 비영리의 차이를 진심으로 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비영리조직에서 일하다보면 이 둘의 진정한 차이가 무엇이며 우리가 지켜야할 것이 어디에 있는지(있기나 한건지) 궁금하거나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이 책을 두번째 읽고 ‘어떻게 하면 비영리 조직을 잘 운영하고 돈도 잘 벌수 있을지’ 비법을 알고 싶어 진학했던 경영학과에서는 머릿속에 항상 의문이 있었다. 왜 조직의 전략이라는 것은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획득해야 하는 것인가? 협력이 될 수는 없는가? 기업이 이제 회사에 돈을 낸 주주의 눈치만 볼게 아니라,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는데 이건 원래 비영리는 원래 하던 일 아닌가.

피터 드러커는 영리와 다른 비영리조직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비영리단체란 ‘사람을 바뀌게 하는 전문 직업단체인 셈이다. 그들의 제품이란 병이 완치된 환자, 교육받은 아이, 훌륭한 성인으로 자란 청소년, 한마디로 변화된 인간 모두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비영리 조직의 성과는 조직 내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 있으며, 비영리조직이 영리와의 가장 큰 차이는 성과측정의 어려움이라고 한다. 여러분, 우리 성과를 잘 측정하지 못한다고 너무 자책하지 말자.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 선생님도 인정 하셨다. 그렇다고 높은 성취, 도전을 방만히 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관계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다. ‘비영리단체는 그 조직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최종 이용자의 한 사람으로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실행자의 한 사람으로서 변화되기를 바란다… 결과적으로 단순한 서비스의 제공자로 남지 않고 변화된 이용자를 통하여 후일 그 서비스의 수혜자 입장에 서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자원봉사자를 “동료”로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영리와 비영리가 조직으로서 유사하다는 점도 알려준다.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때로는 마케팅이 영리의 전유물이며 영리의 방식이 비영리에 적용되는 것에 큰 경계심을 갖기도 한다. 그러나 마케팅의 본질이  “필요를 발견하여 충족시켜 준다(meeting unmet needs)” 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이것이 양자에게 어떠한 가치를 생성, 부여한다는 기능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영리조직이든, 비영리조직 이던 간에. 

책을 읽다보면 우리 조직의 현실을 대입시켜보는 구간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또한 적용해보고자 하거나 새겨야할 문장들이 있다. 나에게 들어온 구간을 아래에 정리해 보았다.
아! 이런 건 우리 조직이 알아야 하는데 생각이 들다가, 리더의 덕목에서 내가 리더라는 것을 깜빡 인식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반사!’

 1995년 한국에 번역된 책이지만, 지금 다시 찾아도 이만한 비영리 경영서가 있을까. (있다면, 아래 댓글 부탁드려요. 같이 읽어요!)

  • 비영리단체는 사명이 가장 중요하며 리더의 자질 중 사명감이 제일 먼저 논의 되어야 한다. 사명감 없이 비영리조직의 존재 가치는 있을 수 없다. 
  • 보수를 받고 일하는 정규 직장에서도 할 일이 많은데 왜 그 많은 시간과 경력을 무보수의 자원봉사자로 일합니까?라고 질문할때마다 그들은 똑같은 대답을 나에게 들려 주었다. “비영리 조직에서 하는 일은 내가 무엇을 왜 하는지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공헌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고, 또 나는 이 단체의 한 구성원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비영리조직 경영자의 주된 과업은 조직의 사명 선언문에 담긴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천에 옮기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 비영리조직단체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아주 훌륭한 조직은 어떠한 욕구를 창출하는 조직이다.
  • 어떤 새로운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성공에 대한 돈독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의 비장한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며, 그러한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을 임시고용의 조건으로 구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일은 내가 이 자리에 취직 임용되었을때 요구된 임무도 아니며 기대된 임무도 아니다. 그러나 막상 일을 맡고 보니 나 이외에 그 어느 누구도 이 일을 할 사람이 없다” 하면서 소매를 걷어 올리고 그 일을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 기금개발을 하면서 우리는 사람의 가슴에 호소한다. 그러나 부단히 사람의 머리에 호소하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비영리조직의 경영자들은 노력의 결과를 분명히 미리 정의하여 그것을 근거로 기금을 희사해 준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의 결과를 성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해야 한다.
  • 금년의 성과가 예년보다 더 좋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 좋았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부터 정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 우리들은 지난 3년간 무엇을 공헌하여 어떠한 변화를 가져왔는가? 우리들이 공헌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은 양적 성과를 측정하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 먼저 질적 성과 없는 양적 성과보다 더 나쁜 것은 없으며 그런 성과는 완전 실패를 초래할 가능성마저 있다.
  • 기부금을 낸 후원자들에게 보답할 책임이 있으며, 그들이 후원한 자금을 가지고 좋은 성과의 결과를 이루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 것이다.
  • 나는 항상 영리기업과 비영리단체 사이에 상이한 점들이 무엇인지를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몇 가지 안 되지만 그 상이점들은 대단히 중요하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성과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 가장 해를 끼칠 수 있는 일은 비영리조직이 그 사회의 계급의식을 그대로 조직체의 경영에 도입하는 것이다. 누구누구는 우리 조직체의 재목감이라든지 아니면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생이 아니면 조직체 내에서 크게 성공할 수 없다는 고정 관념을 가지게 하여 사람들의 발전과 계발에 한계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성과에만 모든 것을 의존해야 한다.
  • 최고경영자의 후임을 선출할 때 꼭 해서는 안 될 일은 후임자가 퇴진하는 선임자의 복사판 같아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 비영리단체의 궁극적 성패는 혼신을 다하여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그 단체가 고용할 수 있고 그들이 그 조직에 남아서 계속 혼신을 다하여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능력에 달렸다. 그러한 능력을 잃어갈 때 그 조직과 단체는 이미 하향길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며, 한번 하향길에 들어선 것을 되돌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비영리조직의 최고 경영자는 정규 직원뿐 아니라 무보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직접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가 각자의 공헌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임무를 분명히 밝히고, 어떤 특정한 업무 계획과 뚜렷한 목표, 또 목표 완성을 위한 일정표를 공동 토의를 통해 합의보아야 한다.
  • 승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선정될 자격을 부여받는 것과 공정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그런 입장에 서지 못하는 직장에 머물 때 우리는 자신을 이등국민으로 비하시키는 현실을 인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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