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맨땅에 헤딩’하는 모금은 이제 그만

모금가를 위한 천일야화(千一夜話), 『이야기 모금 원리』 소개

2018년 봄, 경희대 공공대학원에서 <NGO전략경영>수업을 들은 것이 저저와의 첫 인연이었다. 호빵맨 같은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이원규 교수님은 비영리 단체도 기업 못지않게 전략을 가지고 실행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우리에게 알려주었고, 비영리단체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 후 단체운영에 대한 분석을 직접 하게 하였다. 그 당시 이주민 관련 단체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비영리단체가 전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무엇인지 이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일이 많아서 수업에 늦을 때면 교수님은 비영리단체 활동가가 활동만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잠시 멈추고 공부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해주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수원지역 이주민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기부와 모금에 관심이 생겼다. 이후 공부를 하며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니, 외국의 기부문화나 모금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 좋은 책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동안 읽은 책 내용에서 모금이 우리단체의 미션과 비전을 파는 마케팅이라는 사실은 지금도 떠오를 정도다. 그러나 국내의 기부와 모금에 관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 책이 늘 아쉬웠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마침내 아름다운재단 나눔북스 16번째 <이야기 모금 원리>라는 국내의 다양한 모금에 관한 사례와 분석을 담은 책이 나왔다. 저자는 바로 <NGO 전략 경영>을 강의하셨던 이원규 교수님이다. 이원규 교수님은  2006년에 ㈜도움과나눔 컨설팅사업부 이사로 일하면서 <비영리 조직운영>이라는 책도 내셨다. 비영리 조직운영에 대한 애정을 갖고 직접 모금컨설팅을 통해 비영리단체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20년 가까이 해오셨다. 현재는 모금을 전문으로 하는 ‘(주)공유’의 공동대표이면서 비영리거버넌스 연구소의 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사례와 분석은 바로 저자의 이런 폭넓은 경험과 연구에서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모금 사례를 통해 모금을 배운다

특히, 4장 시작하는 작은 단체가 잘하는 법은 평소에 작은 비영리단체에서 봉사하고 활동한 경험이 많은 사람, 비영리단체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먼저 읽어보기를 권한다. 지역으로 갈수록 작은 비영리단체가 소금과 같은 역할을 하며 정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본인도 공부하면서 이러한 작은 비영리단체들이 어떻게 모금을 하여 운영을 하고 그 특징은 무엇인지 조사하여 보니, 몇 가지의 특징을 정리할 수 있었는데, 그중의 하나는 단체의 대표가 모금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단체 활동가들도 기존 사업과 병행하는 모금업무에 관심을 가지고 임하는 분위기가 된다고 답변했다.

‘밖으로 도는 지역아동센터장님’편에서 ‘리더라면 모금에 우선순위를’이란 원칙이 지역아동센터에 미치는 영향을 볼 수 있다. 그밖에도 경운기를 기부 받은 수녀님, 가족상담 연구소 등 우리주변의 비영리단체 이야기를 통해 ‘가능성 높은 기부에 집중한다.’, ‘투자가 돈을 만든다.’는 모금의 원칙들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기부와 모금을 단체나 사업 중심이 아닌, 기부자 중심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동안 기부자의 정체성은 키다리아저씨처럼 남들이 모르게 돈을 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기부자의 정체성이 바뀌고 있다. 단체 역시 기부자를 돈만 내는 사람이 아니라 단체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하는 사람으로 대하고 있다. 모금은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모으는 것이란 말이 있다. 이는 모금에서 기부자와 함께 성장하는 ‘기부자 중심의 모금’의 다른 표현이라고 여겨진다. 책에 나온 28편의 이야기를 통해 제 1의 모금원칙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기부자 중심의 모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부자 중심의 모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바로 이 책을 펼치면 된다.

이주노동자 한국어교실 자원봉사로 시작하여 운이 좋게 단체 활동가로 많은 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기부나 모금이 내가 말할 수 없는 어려운 그 무엇이었다. 하지만, 단체가 어려워짐에 따라 자생하기 위해서는 모금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른 활동가들과 함께 모금 강의를 찾아 듣고 관련 책을 보며 회원을 모집하고 후원의 밤 등 행사를 진행하며 모금이 돈만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모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렴풋이 알던 것을 자세히 공부하고자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 시민사회NGO대학원에 진학하여 지역의 작은 비영리단체에 도움이 되고자하는 마음으로 풀뿌리모금에 대한 연구를 하여 《국내 중소형 비영리단체의 풀뿌리모금 특성에 관한 연구》를 석사논문으로 쓸 수 있었다. 부족한 논문을 애정을 갖고 한 땀 한 땀 지도해주신 이원규 교수님이 없었다면, 마무리를 하는 기쁨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비영리단체들의 성공적인 모금사례가 계속 이야기되어 서로에게 용기를 주고 시대에 맞는 새로운 모금방법이 계속 나오길 바란다.

 

 

정연희 | 나눔북스마스터

자원봉사자에서 활동가로 그 다음은 연구자를 꿈꾸는, 매일 크는 연희입니다. 매순간 여행하는 마음으로 삶의 과정을 즐기며 제가 받은 것들에 보답하고자 오늘도 길을 나서는 길동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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