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사는 세계 민주 시민의 기본 소양서

살면서 크게 기억에 남는 해가 있다. 국가적으로는 월드컵이 있었던 2002년이나 평창 올림픽이 있었던 2018년이 그런 해이다. BTS가 유엔에서 연설을 하고, 한국의 영화와 음악이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상을 받게 된 2021년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는 졸업식, 첫 취직,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태어난 해가 그럴 것이다. 그 중에는 특별하고 행복한 기억으로 자랑스럽고 자부심으로 남는 그런 시간도 있고, 코로나 팬데믹 시기처럼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도 물론 있다. 반면 올해 2022년은… 아직 반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훗날 뒤돌아본다면 충격과 좌절의 해로 기억될 것 같다.

2022년 새해가 밝으면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인류에게 하늘이 평화와 일상으로의 회복을 선물할 것으로 기대했다. 2월이 되자 그런 희망이 무색하게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곧이어 3월 한국에서는 대통령 선거가 있었고, 그 결과 정권이 바뀌었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전쟁으로 인해 국제 정세는 계속해서 긴장이 이어지고 있고, 그로 인한 유가상승, 팬데믹 이후 국내 경제는 금리인상, 주가하락, 스태그플레이션… 들려오는 소식이 우울하기 그지없는 2022년이다.

실망과 한탄의 시절 나는 사두고 읽지 않았던 『왜 지금 지리학인가』란 책에 눈길이 갔다. 이 책은 2012년에 처음 씌어졌고, 2015년에 번역되어 출판되었다. 미 국무부 추천 외교관 필독서이기도 한 이 책은, 전 세계 인구 변화부터 기후와 환경, 슈퍼 바이러스의 확산, 중국과 미국의 관계, 유럽의 위기, 푸틴 러시아에 대한 전망, 중국의 부상, 그리고 북한 문제까지 현재 국제상황을 예견하고, 세세하고 방대한 영역에 대한 정보와 깊은 통찰을 주고 있다.

내가 특히 이 책에서 충격을 받은 대목은 책에 씌어진 대로 실제 일어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다.

푸틴이 구상하는 대전략의 성패는 한 가지 결정적 요소에 달려 있다. 균열되어 있어 다루기 힘든 우크라이나다. 이곳은 러시아계 소수 민족이 많고 지리적으로 밀집되어 있으며, 흑해에 접해 있고 석유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통과하며, 산업농업 생산량과 잠재력이 크다. 그리고 러시아의 주요 무역 상대국이기 때문에 과거 공산 제국에서도 그랬듯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공동경제구역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는 오래된 습관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언론이 통제되고, 이전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민주적 개혁이 후퇴했으며, 1932~1933년 대기근이 사실상 소련의 학살이나 다름없었다는 것을 공공연히 논의하는 것이 금지되었다. 유럽이 어지럽고 푸틴이 권좌로 복귀한 지금, 유라시아의 새로운 지도와 세계 속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러시아의 역할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 436쪽.

이미지 출처: pixabay.com

2012년에 예견된 이런 지정학적 정보를 더 많은 세계의 민주시민이 이미 알고 있었다면 2022년의 우리는 러-우 전쟁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인류는 꼭 이런 고통스러운 경험을 직접 겪어봐야지만 그 참혹함으로부터 배움을 얻는 것일까? 팬데믹과 러-우 전쟁을 겪으면서 지구적 위기 앞에서 어느 한 나라 혼자서 대처하고 잘 살 수 없다는 것을 매일매일 피부로 느끼고 있다. 민주시민은 이제 자신의 국가의 국경을 넘어서 세계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서로 연대하여야 하고, 세계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유기적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지정학에 관한 책으로 기부문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책이 아니다. 나는 기부 행위나 빈곤, 환경 문제, 소수자 인권, 동물 복지, 지구촌 평화와 연대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자발적인 시민사회 활동은 민주주의의 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 꽃이 아름답게 피려면 민주주의 제도가 발달하고 안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사회에 대한 신뢰와 타인과의 연대감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 꽃이 한때 잠깐 피었다 지는 꽃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그에 걸맞은 토양을 가꾸고 양분을 줄 책임이 있지 않을까? 그 중 한 가지로 우울한 2022년을 살아가는 세계민주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심어줄 책으로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하반기에는 이 다음 책으로 팀 마샬의 『지리의 힘』도 읽어보려 한다.

샨타 | 아름다운재단 기부자

아름다운재단과의 소중한 인연에 감사하는 기부자이고, 소풍 온 하루처럼 가볍고 자유롭게 매일 매일을 살아가고 싶은 영혼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이 밟아온 20년 그리고 앞으로의 시간을 항상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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