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사람과 별과 책

2022 여름 지리산 산책클럽(2022.6.29.~7.2) 참가 후기

天:
하늘이 도왔다.
그냥 도운 정도가 아니라 아주 확실히 밀어주었다.
일주일 전만 해도 나흘 내내 비가 온다는 예보였다.
그러나 막상 날이 되니 비 오는 날은 하루도 없었다.
음력으로 그믐 뒤 나흘간 어두운 달빛은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밤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사진: 신성규

地:
일정 중 오전과 저녁을 보낸 숙소,
<순이네 흙집>은 불편한 곳이었다.
TV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되었다.
내 전화는 잘 터지지도 않았다.
평소 관심을 차지하던 것들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곳.
그렇게 남아돌게 된 관심을
책이든, 자연이든, 동료의 이야기든,
넉넉히 나눠줄 수 있었다.
선선한 밤하늘에 별은 이곳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었다.
별자리 볼 줄 모르는 사람에게
북두칠성을 단박에 알아볼 능력을 주었고,
별똥별을 하나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
후하게 서너 개 정도 보여주었다.

사진: 이현수 작가

 

:
문자메시지나 전자 우편, 전화로 연락하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
34일간 함께 지내보니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다
.
나 역시 가기 전에
기꺼이 좋은 사람으로 지낼 마음을 먹었다
.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다.
귀 기울여 들어주신 다른 분들 덕분에
나도 내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열심히 했다
.
이렇게 툭 터놓고 말하고 들은 지가 얼마 만인가 싶었다.

사진: 이현수 작가

 

지리산이음이 개최하는 세 번째 「지리산 산책 클럽」(이하 「산책 클럽」)에 <나눔북스>가 함께해 보았습니다. 행사 전반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주신 자유님과, 참가자들의 대화를 이끌어 주신 아신님 덕택에 3박 4일을 참여자로서 즐길 수 있었어요. 이때 경험하고 느낀 점을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일정

「산책 클럽」에서는 아침에 숙소에서 일어나 자유롭게 책을 읽고, 오후에는 숙소 밖으로 이동하여 자유롭게 책을 읽으며, 저녁에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빡빡하지 않은, 느슨하고 여유 있는 일정이었지만 바로 그 여유가 3박 4일을 가득 채워주었습니다. 바쁘지 않아도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것처럼 알찬 느낌이었던, 「산책클럽」의 일정은 이랬습니다.

첫날(6/29) 둘째 날(6/30) 셋째 날(7/1) 넷째 날(7/2)
오전
  • 자유롭게 책 읽기
  • 걷기
  • 자유롭게 책 읽기
  • 대화의 시간(2)
  • 회고의 시간
오후
  • 2시까지 <들썩>에 모이기
  • 자기소개와 오리엔테이션
  • 숙소 <순이네 흙집>으로 이동
  • 점심식사
  • 마을에서 책 읽기: 산내 일대
  • 숙소로 이동
  • 점심식사
  • 계곡에서 책 읽기: 뱀사골
  • 우영 작가의 디자인 특강
  • 숙소로 이동
  • 점심식사 후 돌아가기
저녁
  • 저녁식사
  • 자유롭게 책 읽기
  • 저녁식사
  • 대화의 시간(1)
  • 회합의 시간

자기소개와 오리엔테이션

3박 4일 중 유일하게 서먹했던 자리.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렵잖아요.

어서와, 산책클럽은 처음이지? (사진: 신성규)

자유롭게 책 읽기

숙소 이곳저곳에서 그야말로 편하게, 널브러져 책을 읽는 것입니다. 안에서 읽기, 밖에서 읽기. 서서 읽기, 앉아서 읽기, 누워서 읽기. 종이책 읽기, 자연책 읽기.

사진: 이현수 작가
사진: 이현수 작가

마을에서 책 읽기

자유님의 안내를 들은 뒤 남원시 산내면 시내를 돌아보거나 <들썩>에서 책을 읽었습니다. 북카페 <토닥>이나 독립책방 <찬장과 책장>을 둘러보는 느낌은 대형서점을 가거나 온라인으로 책을 사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친구네 집에 놀러가서 책장을 천천히 살펴보다가 한 권 빼어든 듯했어요.

사진: 이현수 작가
사진: 이현수 작가
사진: 이현수 작가

대화의 시간(1)

둘째 날 저녁, 함께 읽은 책 『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사진: 이현수 작가
사진: 이현수 작가

계곡에서 책 읽기

뱀사골 계곡을 산책한 다음 각자 자리를 잡고 계곡에 발을 담그고 책을 읽었어요.

사진: 이현수 작가
사진: 이현수 작가

우영 작가의 디자인 특강

여러분이 지리산 산책클럽 홍보물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의뢰서를 작성한다면 어떻게 만드시겠습니까?

우영 작가님의 디자인 특강은 디자인 의뢰서 작성 실습(?)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미술이나 디자인 전공자가 아닌 우영 작가님이 그림작가가 되어간 이야기와 더불어, 디자인을 의뢰하는 비영리단체와 디자이너가 서로를 존중하면서 최선의 결과물을 산출하기 위한 소통 과정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진: 이현수 작가
사진: 이현수 작가

☞ 우영 작가님의 이야기는 책(『실무자를 위한 디자인 수업』)을 통해서도 만날 수 있어요.

대화의 시간(2)/회고의 시간

마지막 날 오전에는 각자 첫날에 고른 책을 읽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이어서 3박 4일 동안 얻은 것, 알게 된 것, 느낀 것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진: 신성규
사진: 신성규

먹기, 걷기

남원 산내면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쉬고 걸으며 몸과 마음을 채웠어요.

사진: 자유

 

사진: 이현수 작가

 

사진: 이현수 작가

 

사진: 이가영 참가자

 

사진: 이현수 작가

 

사진: 이현수 작가

읽은 책

참가자들에게 ‘작은 변화’에 관한 책을 두 권씩 추천 받았습니다. 이 중에서 ‘모두 함께 읽을 책(공통 필수 도서)’은 「산책 클럽」 둘째 날 저녁에 있는 첫 번째 대화의 시간에 나눌 이야기 주제가 되기 때문에 대화의 시간을 이끈 아신님께 선택권을 드렸습니다. 더 읽을 책은 참가자들이 추천한 나머지 책 중에서 각자 선택하였습니다.

모두 함께 읽을 책함께 자라기; 애자일로 가는 길은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 구성원들이 작년에 함께 읽은 책이기도 하답니다. 애자일(agile)이라는 용어가 알려진 지는 꽤 오래되었지만 IT에서 주로 쓰이기 때문에 이 말을 처음 듣는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 ‘애자일’이 어디고 거기 가는 길은 뭐냐고. 그러나 각자 ‘잘하기(성과)’보다는 함께 ‘자라기(학습과 성장)’를 추구해야만 개인과 조직 모두 오래오래 정말로 잘할 수 있다는 저자의 통찰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진: 신성규

물론 모두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특히 저는 이 책을 “자기계발서”나 “조직 관리론” – 제 생각에 ‘자라기’보다는 ‘잘하기’에 초점을 맞추는 – 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아서 조금 놀랐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소한 주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생각을 듣는 기회는 그 자체로도 좋은 경험이었어요.

이 책 외에 참가자들이 읽으신 책에 관한 얘기는 두 번째 대화의 시간에서 들을 수 있었어요. 책에 관한 각자의 의견은 생략하고 책의 목록만 소개할까 합니다.

  • 감정은 어찌나 힘이 센지: 몸으로 야금야금 쌓아 온 10년』. 술술(최지윤) 지음. 비타민컴.
  • 개념 잉태가 소통이다: 소통과 공감의 신개념 방법론을 제시하다』. 이권효 지음. 북랩.
  • 긴긴밤: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루리 지음. 문학동네.
  •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김수현 지음. 클레이하우스.
  • 망고와 수류탄: 생활사 이론』. 기시 마사히코 지음. 두번째테제.
  • 비영리단체의 바람직한 운영 원칙』. 인디펜던트 섹터 지음. 배원기 옮김. 동아일보사.
  • 비트코인과 블록체인, 가상자산의 실체』. 이병욱 지음. 에이콘출판.
  •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창비.
  • 세상과 나를 바꾸는 지도, 커뮤니티 매핑』. 임완수. 빨간소금.
  • 어른의 시간: 완벽하지 않은 날들을 위한 인생 수업』. 줄리 리스콧-헤임스 지음. 박선영 옮김. 온워드.
  • 어른의 일: 출근, 독립, 취향 그리고 연애』. 손혜진. 가나출판사.
  • 우주식당에서 만나: 동물과 더불어 그림동화 4』. 신현아 지음. 책공장더불어. 
  • 일기』. 황정은 지음. 창비.
  • 케어(Care): 의사에서 보호자로, 치매 간병 10년의 기록』. 아서 클라인먼 지음. 노지양 옮김. 시공사.
  • 태도의 말들: 사소한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하다』 엄지혜 지음. 유유.
  • 한숨의 기술』. 임소라 지음. 디자인이음.
사진: 신성규

다음 참가자에게

대부분의 참가자가 기회가 되면 다음에도 참가하길 희망했고, 모든 참가자가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다고 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다음 산책클럽에 참가하실 생각이 드셨다면 아래 선배(?)들의 조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굳이 말하지 않아도, 열심히 하지 않아도, 그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분명 지나고 보면 도움이 되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해요.
  • 별 좋아하시는 분들은 망원경(천체망원경이면 더 좋음) 준비하시면 역대급 인생의 밤을 즐길 수 있습니다!
  • 마음의 여유와 쉼을 챙길 수 있어요.
  • 가볍게 짐을 꾸려 편안한 마음으로 오세요. 내 어깨에 내려앉은 무거운 많은 게 자연스레 내려지고 새롭게 책을 만나고, 사람을 읽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그렇게 편안하게 산(山)책(冊)해요.
  •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자유롭게, 지금까지의 생활은 잊고.
  • 나와 자연을 오롯이 느껴보세요! 일상을 벗어나기에 따라오는 불편함을 조금 감수한다면 굉장히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 여유(자유)를 가지세요. 열심히 사는 생활에서 벗어나서 본인을 위해서 멍~
  • 낯섦을 어색해 하지 말고, 게으름을 나쁘게 생각하지 말기를…
  • 망설이지 말고 한 번 와 보세요.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과 만나면 언제나 기대 이상의 일이 일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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