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총서 탐방 02] 변화의 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총서 – 임동준, 유평화 간사


우리나라에는 지식을 통한 기부문화 확산과 사회 변화를 꿈꾸는 많은 공익총서가 있습니다. 나눔북스는 이런 공익총서들의 목적과 대의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 공익총서 발행처들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함으로써 보다 큰 공익 지식 생태계를 만들고자 공익총서 탐방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지난 번 <공익법총서>에 관한 유욱 변호사님의 이야기에 이어, 오늘은 아름다운재단의 또 다른 총서인 <변화의 사니라오 인큐베이팅 총서>를 만드는 임동준, 유평화 간사님과 나눴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들려 드립니다.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 이것은 백서인가, 에세이인가?”

신성규(신) :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먼저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과 <변화의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총서>를 독자 여러분들께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평화(유) : 한국 사회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수없이 많은 새로운 의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이하 ‘인큐베이팅 사업’)은 아름다운재단(이하 ‘재단’)과 한국 사회가 지향하는 새로운 시민활동의 물결이 그저 잔물결로만 그치지 않고 공익단체로서 만들어질 수 있도록 3년 3개월 동안 시민활동의 물결을 지원해서 새로운 공익단체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그리고 공익단체들이 새로운 공익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인큐베이팅 사업>이 올해로 만 10년이 돼요. 그간 여러 단체들이 이 사업을 통해서 만들어졌고, 지금도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데요. 단체는 사람들이 만드는 것이다 보니 공익활동을 진행하면서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게 되거든요. ‘이런 모습을 있는 그대로, 공식적인 활동보고서가 아니라 대중서로서의 단행본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어떨까?’ 공익활동이라고 하면 일반 시민들이나 기부자들께서 잘 모르시거나 여전히 너무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활동 이야기를 결과보고서 같은 형식에 담으면 마치 공부해야 할 대상처럼 느껴질 거예요. 그래서 단체들의 활동 모습을 시민들이 좀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취지에서 <변화의 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총서>(이하 ‘인큐베이팅 총서’)가 기획되었습니다.

 

신 : 네, 말씀 감사합니다. 혹시 <변화의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사업>을 소개해 놓은 웹 페이지가 따로 있나요?

유 : 아직 총화된 별도 페이지는 없고요. 재단 지원 사업 신청 페이지나 스토리를 통해서 ‘인큐베이팅’을 검색하시면 연간 또는 개별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2022 공익단체 인큐베이팅 지원사업_연속지원 (2021.12.01 접수마감)

스토리-인큐베이팅 지원사업 이야기 모아보기

인큐베이팅 스토리를 읽으시는 방법

신 : <인큐베이팅 사업>의 성과들을 기부자나 일반 시민들에게 좀 더 쉽게 접근해 알리기 위해서 단행본을 연속으로 발행하는 방식으로서 <인큐베이팅 총서>를 기획하셨다는 말씀이군요. 그러면 앞으로 이렇게 매년 발간 계획이 있으신 거예요?

유 : <인큐베이팅 사업>이 매년 한 단체를 선정하는데요. 이 단체들이 3년 3개월 간 착실히 활동해서 사업을 졸업하는 한 <인큐베이팅 총서>가 매년마다 나오게 될 거고요. 만약 졸업하지 못하는 단체가 생기면 그 해에는 발간을 거르거나 다른 기획으로 찾아뵐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신 : <인큐베이팅 사업>이 계속 진행되는 한, 그리고 졸업하는 단체가 없는 경우가 아닌 한, <인큐베이팅 총서>가 매년 한 종씩 꾸준히 발간되겠군요?

유 : 예 그렇습니다.

 

신 : 알겠습니다. 다음 질문입니다. ‘변화의 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총서는 ☐다’와 같이 표현하신다면 네모칸을 어떻게 채우시겠습니까? 동준 간사님께서 먼저…

임동준(임) : 저부터 할까요? 저는… “변화의 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총서는 이웃사람 얘기다.”

신 : 이웃 사람의 이야기. 그 이유는요?

임 : 앞서 평화 간사님이 설명하셨지만, <인큐베이팅 총서>를 만들게 된 이유가 사업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 단체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이 어떻게 모이고, 무슨 얘기를 나누고, 어떤 활동을 했고, 이런 얘기들을 담는 거거든요. 사업 소개 책자나 사업 백서(白書)가 아니에요. 사람 얘기예요. 제1권은 지역에 내려가서 지역 활동을 하는 사람들 얘기. 2권은 청소년 성소수자를 돕는 사람들 얘기. 3권은 노동운동을 문화․예술적으로 풀고 싶은 사람들 얘기. 그런 사람 얘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책들입니다.

<변화의 시나리오 인큐베이팅 총서 현황>

권호 제목 저자 출간년도 출판사 자세히 보기
1 사람 마을 세계를 잇다
: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
장상미 2019 아모르문디 [자세히 보기]
2 홈, 프라이드 홈
: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지원센터 띵동
우승연 2020 아모르문디 [자세히 보기]
3 지금 흥 캐러 갑니다
: 신진문화예술행동 흥
박지선 2021 아모르문디 [자세히 보기]

 

신 : 백서가 아니다. 우리 옆에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 의미로 말씀하신 거죠?

임 : 네. 사회 변화를 위한 공익단체를 만드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기 때문에 단체 설립에 관한 내용들이 들어가 있지만 그것은 어쨌든 수단인 거고요. 실질적으로는 이웃의 사람들이 공동체를 위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 : 총서에 대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말씀을 주셨네요. 평화 간사님은 뭐라고 답하시겠습니까?

유 : 한 문장으로 얘기하려니 쉽지 않네요. (웃음) 제가 생각하는 건 빈틈을 찾아보는 거거든요. 계속 빈틈을 찾아보는 기획인 거예요.

한국 사회에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이 있고, 요즘은 시민들이 꼭 단체를 만들지 않고서도 다양한 공익활동들을 하잖아요. 모여서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플로깅(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것)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인큐베이팅 총서>는 – 어쨌든 단체들의 기록이긴 하지만 – ‘한국 사회에 이런 빈틈도 있었구나. 왜 이걸 몰랐지?’라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익숙하면서도 한편으로 잘 안 보게 되는 그런 빈틈을 찾는 기획이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 : 공익활동계의 틈새시장(niche market)을 찾는 기획이군요(웃음). 두 분의 말씀은 차원이 각각 다르지만 덕분에 <인큐베이팅 총서>의 의도를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다음 질문은요. 이 총서를 처음에 시작하시게 된 어떤 특별한 계기, 과정 아니면 그 과정에서의 에피소드 같은 게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임 : 우리 재단의 다른 사업들은 1년 단위로 진행하고 평가하는 체계로 운영돼요. 그런데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인큐베이팅 사업>은 3년을 연속해서 지원하는 사업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3년 단위로 평가하는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어요. 재단의 일반적인 평가 체계에서 벗어나 있었던 거죠. 그러면 3년이 종료됐을 때 이 사업의 성과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시작했죠. 그게 2018년도입니다.

최초에는 가장 일반적인 백서 형식을 고려했어요. 그런데 백서 형식으로 성과를 표현하기에는 사업의 결이 다른 지원 사업과는 좀 달랐던 거죠. <인큐베이팅 사업>에 대한 기록으로 남기기에 백서 형식은 좀 애매한 거예요. 사람에 대한 기록을 남겨야 되는데, 백서는 여기에 잘 맞지 않는 형식이라고 판단을 했어요. 그래서 사람에 대한 얘기를 조금 더 정리해 볼 수 있는 형식을 찾아보자. 그렇게 사람에 대한 얘기를 정리할 거라면 기부자나 시민들이 편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대중서로 만들어 공개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대중서로 만드는 것까지는 내부적으로 결론이 났는데, 문제는 출판사를 만나기가 좀 어려웠어요. 이걸 책으로 출판해 줄 기획자를 여러 명 만났는데, 출판사의 요구가 좀 까다로웠어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게 비즈니스잖아요. 비즈니스 관점에서 책의 성공 가능성이 좀 회의적이고. 그렇다 보니 초기 비용을 많이 요구하거나, 출판사가 갖고 있는 풀(pool)의 작가를 붙이겠다고 하거나, 출판사 입장에서는 그런 식으로 성공 가능성을 높여보고 싶었던 거죠.

그렇게 출판사 여러 군데에서 퇴짜를 맞고 힘들게 출판사를 만나서 책을 내게 됐어요. 그런데 저희가 기획 단계에서 책을 좀 더 객관적으로 쓰고 싶었어요. 인큐베이팅 단체가 본인들의 입으로 기록하는 게 아니라, 단체와는 조금 떨어진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록, 그래서 독자들, 기부자나 시민들이 읽었을 때 좀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게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단체를 너무 모르는 작가는 사업을 잘 모르거나 오해할 수도 있고, 작업 시간이 굉장히 길어질 수가 있잖아요. 그래서 작가는 단체에서 추천받았어요. ‘당신들을 잘 알고 있는 주변 작가를 추천해 주면 그 작가가 글을 쓰게 하겠다.’고요. 이런 식으로 기획을 했는데, 저희는 그게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해요. 정말 객관적인 시각으로 책이 잘 나왔거든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하다 보니, 서로 다른 작가를 투입하면 일정한 톤을 맞출 수는 없잖아요. 작가마다 기반이나 네트워크나 역량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인큐베이팅 총서>라는 이름으로 책을 내기에는 내용이 조금 들쭉날쭉한 것이 아닌가, 이런 고민을 요즘 하고 있어요.

 

신 : 작가는 단체와 무관한 제3자로 하여 객관성을 확보하되, 단체를 또 너무 모르면 안 되니까 단체에서 추천한 작가 중에서 선정하는 절충적인 방식을 취했다는 말씀이군요. 그럼 선정된 작가가 집필을 위한, 취재나 인터뷰 같은 여러 가지 활동을 하시고요?

임 : 네. 전적으로 작가가 알아서 하시고, 편집 방향에 대해서는 저희가 일절 관여하지 않아요. 그리고 책의 내용은 단체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단체는 (작가를 추천하는 것 외에) 출판 과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아요. 출판에 관한 계약은 재단과 출판사, 그리고 출판사와 작가 간에만 해요. 먼저 재단과 출판사가 출판 계약을 하고요. 그 다음에 원고료를 포함한 제작비용을 재단에서 지불하고요. 그러면 출판사가 받은 제작비 중의 일부를 원고료로 지급하는 조건의 원고 계약을 작가와 해요.

작가는 원고료를 받고요, 출판사는 출간과 유통을 담당하고요, 저작권은 재단이 갖고 인세를 받아요. 보통 선인세를 책으로 받고 있죠. 단체는 출판 과정에서 벗어나 최대한 작가와 협력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녹여내려는 노력을 하는 거고요. 이것이 처음에 좀 더 객관적으로 책을 만들고 싶었던 저희 의도였던 거죠.

 

<인큐베이팅 총서> 발간 체제

신 : 책은 많이 팔렸나요?

임 : 그렇게 많이 팔리지는 않았어요. 출판사는 책을 판매해서 수익을 내보겠다는 생각이 있었으니까 계약에 응했을 텐데…. 처음에는 의욕 있게 시작했죠. 의욕 있게 시작했는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네요…. 책이 많이 팔리는 게 쉽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었죠. 사각지대라고 하는 건 이유가 있으니까 사각지대가 된 거 아니겠어요? 그렇지만 어쨌든 재단은 공익을 위해서 사각지대 활동을 지원하고 있고, 어떻게 해서든 출판사 사장님을 최대한 다독거려서 진행시켜야 되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책의 주제에 따라서 시류가 맞으면 베스트셀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대도 하고 있습니다.

 

신 : 앞으로 발간이 확정된 책을 좀 소개해 주세요.

임 : 제4권은 <제주 다크투어>라는 단체이고, 지금 원고 작업 중입니다. 그게 제주 4․3 관련된 역사기행 단체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이 책이 기행 가이드 같은 형식을 취하면 제법 잘 팔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게 처음부터 사업 백서로 발간했으면 흥행까지는 신경을 안 썼을 텐데, 대중서로 내다 보니까 자꾸 신경이 쓰이네요. (웃음)

유 : <제주 다크투어>가 다크투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된 단체였거든요. 코로나 이전에도 시민사회 활동가들은 물론 일반 여행가들도 제주도 여행 경험이 한정돼 있었잖아요. 그래서 코로나 상황이 장기화된다면 4․3을 주제로 하는 여행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책을 통해 알려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에도 사람 얘기가 들어갈 거고요. 이 단체가 하는 활동이 어떤 건지도 책 속에 녹여지게 될 거니까요.

제5권은 ‘발달장애 청년허브 사부작’, 여기까지는 확정이고요. 그리고 그다음이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인데, 여기는 내년에 3년차가 되기 때문에 올해 연속 지원 심사를 통과해야 확정이 되겠죠.

 

책이 잘 팔려야 하는 이유

신 : 일단 발간이 확정된 것은 5권까지군요. <제주 다크투어>가 2022년, <사부작>이 2023년. 사전적인 정의의 총서와 굉장히 부합하는 계획이신 것 같습니다. 이 책들이 잘 팔렸으면 좋겠네요.

유 : 총서가 첫째 사업의 성과를 평가하고 정리하는 의미, 둘째 사업의 성과를 확산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제 재단의 지원으로부터 졸업하고 자립해야 하는 공익단체들을 지속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다는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왜냐하면 총서들이 잘 돼서 단체에 관한 이야기들이 확산되는 경로가 되고, 그래서 보다 많은 시민들이 단체를 알게 되면 그것은 단체의 에너지로 이어지게 되는 거니까요. 책이 잘 팔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이거거든요.

 

신 : 인큐베이팅을 졸업한 단체의 후속 활동을 지지하는 의미?

임 : 그렇죠. <인큐베이팅 사업>의 기간이 3년으로 설계된 이유는, 공익단체가 설립되면 처음 3년 안에 망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이 3년을 버틸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4년차에는 생존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는 통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3년을 지원하는 건데, 그 3년 사이에 후원 회원 모집이나 프로젝트 설계 같은 것을 다 하지만, 그래도 3년 이후에 재단의 지원이 딱 끊어지면 단체 입장에서는 힘들단 말이에요. 그랬을 때 저 책이 단체 홍보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점도 있죠.

 

신 : 그래서 여쭤보는데요. 책의 확산을 위해서 어떤 활동이 있는지 궁금해요. 출판 기념회라든지.

임 : 1권을 냈을 때는 출판 관련 홍보 활동을 했어요. 예를 들어 작가와의 대화, 이런 것도 동영상 찍어서 올리고, 보도자료 내고 했었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저희가 그쪽 분야에 대해 전문적으로 잘 알지 못하다 보니 힘들더라구요. 그리고 출판사는 출판사 나름대로 보도자료 내고 세종도서 같은 데 신청도 하고 하는데, 아직은 그렇게 잘 되지는 않고 있어요.

 

신 : 그럼 2권부터는 출판사에 홍보를 일임하고 계시나요?

유 : 네. 출판사와 재단에서 보도자료 나가고, 재단 입장에서 리뷰하는 글을 올리는 정도예요.

임 : <인큐베이팅 총서>가 낱권으로 보면 파급력이 별로 없을 수 있겠지만, 이게 10권쯤 나오면 어느 정도 무게감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10권이 나올 때쯤 대규모 행사를 한 번 할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유 : 매년 한 단체를 선정해서 3년 동안 지원하는 장기 사업이다 보니, 매년 수십 개 단체가 활동을 진행하는 다른 단기 사업들과 달리 10년이 지나도 그런 식의 양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단체를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 같은 질적 성과를 확보하는 측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신 : 매우 선이 굵은 사업이라 총서로 담아낼 수밖에 없겠네요. 10권까지 나오면 정말 웅대할 것 같습니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각 도서마다 주 타겟 독자층에 차이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어떻게 다른가요?

유 : 각 책마다 독자층에 차이가 있다고 한 것은 각 책이 다루는 단체에 관심이 있을 독자들이 저마다 다를 수 있다는 의미이고요. 다만 재단이 생각하는 좀 더 핵심적인 타겟 독자층이라고 하면, 기부자와 일반 시민을 위한 책이라고 했지만 그 범위를 좀 더 좁혀보자면, 단체를 만들어 활동해 보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 : 알겠습니다. ‘사업 성과를 정리하여 대중과 공유하고, 비영리단체 설립 경험을 확산하는 것’이 총서의 발간 목적이라고 하셨는데요. 이런 발간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평가하시나요?

임 : 저희는 10권 이후에 좀 평가하려고요. 아직까지는 평가하기 좀 이릅니다.

신 : 아, 그렇겠네요. 앞에서 하신 답변 중에 이 질문의 답이 있었죠? (일동 웃음) 앞에서 10년 계획을 말씀하셨는데, 제가 깜빡했네요.

 

흥!

신 : 올해 나온 제3권 <지금 흥 캐러 갑니다> 책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유 : 이 책은 부산 지역에 있는, 지금은 이름이 <신진문화예술행동 흥>이라고 하는 단체의 3년간의 활약기입니다. ‘노동자’라는 용어에 대해 한국 사람들이 아직 화들짝 놀라는 부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고 있었던 부산 지역의 청년들이 뭉쳐서 노동이라는 이 무거움을 진짜 흥겹게 만들기 위한 기록들. 어떻게 재미있는 난장을 펼쳐왔는가. 이런 관점으로 이 책을 보시면 재미있을 겁니다.

임 :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20대 후반, 30대 초반 되는 부산 젊은이들이에요. 이들이 사는 부산과 그 인근 지역, ‘부울경’이라고 부르는, 이 지역이 아직도 수도권보다 훨씬 더 노동운동이 활성화돼 있어요. 공장들이 많으니까요. 그런데 이 젊은이들이 보기에 노동운동이라고 하면 맨날 빨간 조끼 입고, ‘단결 투쟁’ 쓰고, 투쟁가 부르고, 이런 아저씨들만 보이는 거예요. 21세기에 아직도 노동운동을 이렇게 해야 하나? 힙합을 하면서 할 수는 없나? 그래서 이분들이 실제로 시위 현장에서 힙합을 틀어놓고 춤을 춰요. 그런데 기존 노조에서도 좋게 본 거예요. 새로운 활동으로. ‘이거 신선하고 괜찮은데?’ 왜냐하면 본인들도 힘들거든요. 사람들이 노동운동을 보는 시선이 고정돼 있잖아요. 맨날 빨간 조끼 입고. 그런데 시민들이 ‘어, 이게 뭐 하는 거야? 행사하나?’ 이렇게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니까 좋아하더라는 거죠. 그런 젊은이들의 활동기죠.

유 : 활동기이기도 하고. 이제는 예술가라고 하는 정체성에 대해서도 스스로 한 번 더 고민해 보는.

임 : 활동기이자 좌절기일 수도 있어요. 실제 3년 동안 조직 미션이 조금씩 바뀌어 왔어요. 초기에는 ‘왜, 노동자도 예술성을 가질 수 있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예술, 교육, 이런 쪽을 많이 신경 썼어요. 예를 들어서 글쓰기, 노래 만들기, 이런 것들을 많이 시도했죠. 그래서 그때 했던 게 뭐냐면, 돌봄 노동 하는 여성, 중년 여성들을 대상으로 사진 촬영 기술을 가르쳐서 사진을 찍고 사진전을 연다든지, 아니면 본인들이 활동하던 삶의 애로, 예를 들어 노동요, 노동요 프로젝트라는 사업이 있었거든요. 옛날에 들에서 농사 지으면서 노동요를 불렀듯이, 현대에서 노동할 때 노래 부를 수 있잖아요. 그래서 그걸 춤과 노래, 율동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한다든지. 초기에는 이런 식으로 많이 했었는데, 그게 힘든 거예요.

왜냐하면 첫 번째, 노동자들이 예술 활동에 많은 시간을 낼 수가 없어요. 노동에 절대적으로 시간이 투여돼야 되기 때문에. 두 번째, 본인들 자신이 힘든 거예요. 여러 활동을 혼자 다 할 수는 없으니까 필요한 예술가들을 모으기 시작했죠. 사진가, 작곡가 다 모았어요. 근데 본인들이 모여서 힘들게 준비하고 진행하다 보니  ‘그렇다면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런 고민을 시작한 거죠. 예술가의 노동성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원래 이름이 <노동문화예술 지원센터 흥>이었는데, 정체성 고민을 하면서 단체 이름을 <신진문화예술행동 흥>으로 바꿨어요. 이전에는 노동자들의 예술성을 고취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주로 했다면, 지금은 본인들이 예술가들의 노동성을 찾기 위한 노력도 같이 하고 있어요. 조직 미션이 조금 바뀐 거죠.

신 : 사람들이 생각하는 노동 운동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시위 문화를 깨고 싶었던 젊은이들의 기록이군요. 다음 질문은요. 공익총서 사업의 동업자로서 <나눔북스>에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유 : <나눔북스>에 비하면 <인큐베이팅 총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요. <나눔북스>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저희보다 앞서서 가고 있는 거고, <인큐베이팅 총서>는 10권에 이르게 되면 더 많이 뻗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임 : <나눔북스>나 <인큐베이팅 총서>나 단행본으로 발간되는 비즈니스 시장에 들어간 거잖아요. 이 험난한 시장에서 공익 관련 단행본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가를 같이 좀 고민하고, 노하우를 좀 나눴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의지만으로 책을 계속 내고 있지만, 손익을 따지면 당장 관둬야 되는 거란 말이에요. 그렇다고 이러한 공익 활동 기록을 제본소에서 백서로만 만들 수는 없잖아요. 기부자들과 시민들에게도 좀 더 다가가서 투명하게 보여주고 싶어요.

공익 활동의 기록들이 온라인을 포함한 서점에서 좀 단단하게 자리잡을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그런 노하우가 있으면 같이 공유하고, 없으면 대안을 같이 찾아보고, 이런 노력들을 함께 해 보면 좋겠어요. 어쨌든 <나눔북스>가 저희보다 선배잖아요. (일동 웃음)

 

신 : 안 그래도 <나눔북스>가 책 내는 사업 위주로 하다가, 이것만 갖고는 안 되겠구나 싶어서. 나눔북스 블로그에 공익 관련 책들로 어떤 접점들을 만들어 보려고 했는데, 여기 들어와서 보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아요. 공익 총서를 내는 발행처들의 네트워크 같은 걸 만들어보려는 노력도 하고 있는데 이것도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임 : 맞아요. 그게 문제에요. 우리가 아직 숫자가 작지만 조금 덩치가 커지면 관심 있는 온라인 서점들이 생길 거 아니에요. 온라인 서점은 오프라인 서점하고 달라서 공간적인 제약이 없으니, 공익 카테고리를 하나 만들어 달라. 별로 어렵지 않지 않느냐. 이런 요구도 좀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신 : 저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셨군요.

임 : 네. 그런 생각도 해 봤어요. 동업자라고 얘기하시니까. 그렇게 같이 모여서 뭔가를 하려면 조금 더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연결이 되면 발언권도 강해지고. 그런데, 뭐 잘 팔려야 말이죠.

유 : 사실 제일 어려운 건 그 점이죠. 요즘 영상 미디어가 넘쳐나고 있잖아요. <변화의시나리오>라는 이름이 붙는 재단의 모든 사업들이 이제는 영상화돼야 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올해부터 하나씩 나오기 시작할 거거든요. 그런데 <인큐베이팅 사업>과 같은 3년간의 기록을, 5분도 지겨워하는 미디어 시청자들에게 영상으로 전달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텍스트만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그게 백서 형식이 아니라 단행본 총서 형식으로 계속 나올 수 있도록 <나눔북스>가 함께 노력하고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신 : 네, 알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질문입니다. <인큐베이팅 총서>에 관하여 기부문화도서 독자 여러분들께 드릴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임 : 저희가 만드는 책은 공동체를 위해서, 그리고 나와 내 이웃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의 얘기니까 좀 많이 읽어주시고, 또 이웃에게도 권해주시고, 추천해 주시기 바랍니다. 좋은 사회, 좀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다 같이 노력해 보아요.

유 : 저는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새로운 것, 혁신이 뭐지? 이제 이 정도까지 했는데, 뭐 더 새로울 게 있어?’라고 다들 생각하거든요. ‘이런 것까지 굳이 공익활동이라고 얘기해야 돼?’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하지만 결국 단체의 시작과 끝은 사람이잖아요. 이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인큐베이팅 총서>입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그리고 기부문화에 관한 책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인큐베이팅 총서>도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겁니다.

신 : “지금까지 이런 공익에 관한 책은 없었다.”

유 : 그렇게 얘기하면 반대하실 곳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웃음) 생각해 보니까 총서라는 이름으로 낸 곳은 저희밖에 없어요.

임 : “지금까지 이런 책은 없었다. 이것은 백서인가 에세이인가?”

신 : (웃음)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 <인큐베이팅 총서>를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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