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총서 탐방 01] 공익법 총서 – 유욱 변호사 인터뷰


우리나라에는 지식을 통한 기부문화 확산과 사회 변화를 꿈꾸는 많은 공익총서가 있습니다. 나눔북스는 이런 공익총서들의 목적과 대의를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 공익총서 발행처들이 서로 협력하고 연대함으로써 보다 큰 공익 지식 생태계를 만들고자 공익총서 탐방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탐방으로서,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에서 발행하는 <공익법총서>에 관해 유욱 변호사님과 나눴던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께 들려 드립니다.


 

바쁘신 중에도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공익법총서>에 대해서 기부문화도서 독자 여러분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공익법총서>의 출발은 이렇습니다. 저희(법무법인 태평양, 이하 ‘태평양’)가 <로앤비>라고 하는 법률 포털을 운영했는데요. <로앤비>를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라고 하는 다국적 기업에 매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매각 대금을 받았죠. 이 매각 대금을 특별 기부금으로 재단법인 동천(이하 ‘동천’)에 기부를 한 겁니다. 태평양이 동천에 매년 기부하는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별도로 한 번에 기부했어요.

저희가 <로앤비>를 운영한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작업이었는데요. 그래서 <로앤비>를 매각한 이 의미 있는 돈을 어디다 쓸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됐어요. 이런 생각도, 저런 생각도 하고, 공부도 해보고, 그랬는데 별로 좋은 아이디어가 안 나왔어요.

그러다가 제 머릿속에 어느 날 <공익법 총서>를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생각을 제안했더니 그게 너무 좋겠다고 해서 <공익법 총서>를 하게 됐습니다.

처음 출발은 아무래도 가장 기본적인 걸 해야 되니까 제1권은 공익법인 제도에 관한 연구로 시작했어요. (공익법인이라고 하는 건 공익법인법에 의한 법인만 얘기하는 게 아니고 비영리 공익 단체를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겁니다.) 공익법인에 관한 제1권을 출발점으로 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표 1. <공익법 총서> 현황

권호 제목 저자 출간년도 출판사
1 공익법인 연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재단법인 동천 2015 경인문화사
2 장애인법 연구 2016
3 이주민법 연구 2017
4 사회적경제법 연구 2018
5 사회복지법 연구 2019
6 아동 청소년의 권리에 관한 연구 2020
7 기업공익재단법제 연구 2021

<공익법총서>를 설명하려면 공익활동위원회(이하 ‘공익위원회’) 말씀을 안 드릴 수 없겠네요. 공익위원회는 20년 전인 2001년도에 만들어졌는데요. 로펌 역사에서 공익활동위원회를 만든 것은 아마 태평양이 처음일 거예요. 처음에 공익위원회를 만들었을 때 어떤 일을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우리 변호사들도 전문 분야가 다 있는 것처럼 공익 활동도 전문적으로 하자, 이렇게 얘기가 됐어요. 그 때 저는 탈북민이나 북한에 관한 일을 많이 했었고, 지금은 딜라이트에 계시는 조원희 변호사님은 장애인에 관한 일을 많이 했어요. 또 당시, 나중에 들어오신 변호사들은 난민에 관심이 많았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난민, 장애인, 탈북민 분과가 형성이 됐어요. 여기에 나중에 사회적경제 분과, 여성/청소년 분과, 복지 분과가 붙었고, 난민과 이주외국인은 나뉘고 해서 지금의 7개 분과가 됐어요.

이렇게 7개 분과가 됐기 때문에, <공익법총서>는 각 분과 영역별로 돌아가면서 기획되는 형태가 된 거죠. 지금까지 나온 게 제2권은 장애인법이 된 거죠. 그리고 제3권이 이주민법, 사회적경제법이 제4권, 그 다음 제5권으로 사회복지법이 나오고, 제6권으로 아동 청소년(제6권)이 나오고 한 거예요.

표2. bkl 공익활동위원회 분과위원회와 공익법총서 연결도

태평양이 <로앤비> 포털을 매각한 대금을 동천에 기부하고 이 돈을 재원으로 해서 <공익법 총서>를 만들게 됐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러면 이 기금을 운용한 수익금으로 책을 내시는 건가요?

기금은 예금에 넣어놓고 있고 운용을 특별히 하지는 않아요. 책 제작에는 원금을 사용합니다. 제작비의 상당 부분은 필진들에 대한 원고료로 소요됩니다.

 

공익위원회에 7개 분과가 있고, 각 분과에서 돌아가면서 책을 기획하여 냈고,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책을 기획해서 낼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분과별로 책을 낸다기보다는 각 분과의 영역에서 책이 하나씩 나왔다고 봐야죠. 북한/탈북민 분과 영역에서 책이 아직 안 나왔는데요. 북한/탈북민도 저희가 기획한 게 있었는데, 북한과의 관계가 워낙 안 풀리다 보니 아직 책을 못 냈습니다. 그리고 분과를 계속 한정하는 식으로만 책을 낼 수는 없잖아요. 장애인에 대해서만 내거나 사회적경제에 대해서만 내거나 할 수는 없고요. 여러 분과 영역이 겹치는 분야의 책이 나올 수도 있고, 아니면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나올 수도 있겠죠.

 

그러고 보니 이번에 나온 제7권은 기업공익재단 법제에 관한 내용인데 특별히 어떤 분과 영역에 국한되는 주제는 아니군요. 이번에 나온 『기업공익재단 법제 연구』 책은 어떤 책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기업공익재단 법제 연구』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부여를 하고 있는 책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이 기부에 대해서 체계화를 시켜주면서 물꼬를 트신 셈이라면, 기업공익재단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은 우리가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고 접근이에요.

빌게이츠 재단이 1년에 5조를 쓴다고 하고요. 스웨덴은 발렌베리 가문에서 만든 기업공익재단의 지원으로 민간 과학기술 R&D가 엄청나게 이뤄지고 있어요. 발렌베리 가문은 지금 5대째 경영권을 승계하고 있지만 일가의 재산은 지금 200억도 안 돼요. 발렌베리 재단이 아스트라제네카, 일렉트로룩스, 스카니아 같은 글로벌 기업 여러 개를 보유하고 있고, 거기에서 발생한 이익이 재단으로 귀속되고, 재단은 그 이익의 80%를 공익사업에 사용했어요. 덴마크 같은 데는 상장기업의 70%를 공익재단이 주식을 소유한다는 거예요. 우리나라도 이제 좀 그렇게 가야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우리 사회에도 그에 필적하는 글로벌 재단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건희 회장이 돌아가시면서 내는 상속세가 13조라고 하는데요. 그 중에 약 절반 정도는 기업공익재단으로 왔어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재단을 어떻게 만들지 우리가 고민하고 또 요구가 커져야 됩니다. 그래야 공익 부문에 돈이 들어오고, 인재들이 들어오고, 정말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할 수 있어요. 빌게이츠 재단에서 SMR(소형 모듈 원자로) 프로젝트를 한단 말이에요.

그리고 공익 부문의 각 영역에 인력들, 전문가들이 많이 들어와야 되는데요. 지금은 사실 비영리 부분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보수체계잖아요.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지속 가능성이 없어요. 왜 이렇게 다들 희생해야 돼요? 미국의 경우에는 비영리나 공익 분야에 일하시는 분들의 급여가 비록 영리에는 못 미친다 하더라도, 어느 정도 생활은 가능한 수준이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지금 비영리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뜻을 가지고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해야 되는 상황으로 간다는 건, 저는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저는 기업공익재단이라고 하는 패러다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공익재단 법제’라는 화두를 만났다고 생각해요. 부자들이 명예롭게 은퇴하고 또 명예롭게 돌아가시고자 하는 욕구가 있잖아요. 카네기가 그랬죠. ‘부자로 죽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카카오 김범수 의장도 있었고. 그리고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도 본인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하게다고 했잖아요. 이렇게 닷컴 부자들은 다르거든요. 이 사람들도 아는 거예요. 본인들이 성공한 것이 본인의 재능과 노력도 있겠지만 운도 크게 작용한 거죠. 시대가 만들고 사회가 만든 거죠. 그분들이 만약 중세 시대에 태어났다면 돈을 그렇게 벌었겠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자기들이 모은 재산들을 명예롭게 처분하고 싶어 해요. 기업가도 지금 주식의 수십 프로를 재단에 넣고 싶어 해요.

저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자본주의가 성숙한 모습을, 부자들이 기업공익재단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이것을 통해 공익부문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그런 생태계가 조성되도록 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풀뿌리에 의해서 가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거고. 또 부자들은 또 부자들의 역할을 하도록 해줘야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업공익재단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못 내요. 기업공익재단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잖아요. 물론 이에 관한 과거 재벌들의 잘못이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공익재단에 대해 규제 일변도로만 접근한다면 기업공익재단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나 파급효과를 다 놓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이 문제에 관련 있는 주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성숙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할 텐데요. 이는 시간도 아주 많이 걸리고 또 많은 노력이 필요할 거예요. 지금 이 책 『기업공익재단 법제 연구』를 출발점으로 해서 앞으로 10년이나 20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가야 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아름다운재단도 같이 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기업공익재단 법제 연구를 누가 그렇게 열심히 하겠습니까? 그런데 한국외대 김진우 교수님, 성균관대 로스쿨의 이선희 교수님이 참 열심히 적극적으로 해 주셨습니다. 김진우 교수님은 후속판을 빨리 내자고 난리예요. (웃음)

그래서 이 7권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처음으로 편집자의 글을 제가 직접 썼습니다. 전에는 편집자의 글을 직접 썼던 책이 없어요. 그만큼 이 책은 저에게 남달랐습니다.

 

‘기업공익재단 법제’ 다음으로 기획하고 계신 책이 있으신가요?

제8권은 ‘공익법인 과세 체계’로 계획이 잡혀 있습니다. 공익법인에 세무 이슈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우리나라는 세법이 공익활동의 걸림돌이 돼 있어요. 비록 제가 세법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문제를 잘 정립해서 시민사회가 세법 문제에 “체계적/종합적/지속적”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공익법인 과세 체계’에 관한 책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실력 있는 세법학자들이죠. 시립대 박훈 교수님, 연대 로스쿨 이중교 교수님, 저희 법인의 유철형 변호사님, 이런 분들 중심으로 해서 기획됐고, 목차도 다 정리됐고, 편집방향도 정해졌고, 필진 섭외도 다 끝났어요.

공익법인 과세 체계에 관한 책을 기획하게 된 것은 전용 계좌 이슈가 계기가 됐어요. 몇 년 전에 전용 계좌 이슈 때문에 난리가 났잖아요. 저희가 몇 군데를 파악해 보니까 두 곳 중 한 곳 꼴로 전용계좌 신고를 ‘몰라서’ 제대로 안 했더라고요. 그런데 전용계좌 신고를 제대로 안 하면 가산세를 물려버리니까, 전국적으로 따지면 가산세가 수십억이 될 수도 있겠더군요. 그 가산세를 무슨 돈으로 내겠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저희 <NPO법센터>에서 백방으로 노력했어요. 결국 총리실에서 이 문제를 조율해서, 중소규모 단체들은 유예를 시켜주고 해서 일단락이 됐었어요.

이 건 말고도 <NPO법센터>에서 공익법인 과세와 관련해서 해결한 게 몇 가지 더 있어요. 그런 여러 과정을 보다 보니 이런 식의 미봉책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공익법인을 규율하는 국세청이나 이와 관련한 입법을 하는 기획재정부는 세무나 재정의 전문가들이지 사실 공익법인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해요. 시민사회는 이 문제에 관한 고충이나 요구들을 말할 때 이를 세법의 언어로 변환할 줄 알아야 되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 앞으로 5년에서 10년을 두고 대응 체계를 갖추자.

그래서 세법학자들을 모았고, 공익법인 과세 체계에 관한 책을 8권으로 내기로 한 거죠. 책을 내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에요. 책 한 권을 내면 그 후속 활동을 계속 할 거예요. 법조계에는 변호사 단체와 법원 간 연례 정기 회의가 있어요. 이 회의에서 변호사들과 법원이 서로 고충이나 요구들을 교류해요. 이와 유사한 포럼을 형성하려고 합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국세청, 그리고 우리가 매년 한 차례 혹은 두 차례 만나서 잘못된 제도를 개선하는 창구를 만들려고 해요.

제9권은 저희가 야심차게도 사회주택 법제에 관한 책을 만들기로 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거 문제가 사실 저소득층 분들은 물론이고 정말 많은 분들에게 생활의 불안 요인이 되고 있잖아요. 그러면 이제는 우리가, 우리 사회가 이 문제를 끌어안고 대안을 강구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제가 프랑스의 사회주택에 관한 책을 읽으니, 프랑스 사회주택은 1850년대 기업가가 자기 회사 근로자를 위해 500세대를 지은 게 효시라고 해요. 우리나라도 대기업들이 주거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지금 여러 가지로 도전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잖아요. 그래서 그 분들과 법학자들을 함께 모시고 진행하려고 합니다. 법학자들 중에 사회주택 관련 분야를 전문으로 연구하시는 분은 매우 드물어요. 그렇지만 아주 젊은 서울대 로스쿨 교수님 한 분을 모셨습니다. 제가 그 분께 ‘교수님과 서울대 로스쿨 같은 곳이 앞으로 10년, 20년 해서 우리나라 주거법제 정립을 해야지.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나.’고 제안했어요. 그랬더니 그 교수님도 적극적으로 응답해 주셔서 논의를 시작하게 됐어요. 그리고 동천에도 센터를 하나 더, <사회주택법제센터>를 만들자고 열심히 주장하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20년 동안 서울대 로스쿨과 협업해서 ‘대한민국의 사회주택 법제의 틀을 잡자’고요.

그런데 이 일, 사회주택법이라고 하는 것이 보통 일입니까? 사회주택에 관련된 법이 공공임대주택법, 민간임대주택법, 또 무슨 법, 무슨 법. 해서 막 산재돼 있잖아요. 이 법들을 꿰서 우리가 필요한 사회주택법을, 사회주택기본법 같은 걸 입법을 하나 하자. 법률가들이 그런 부분들을 좀 만들어내자. 이런 생각을 지금 가지고 있죠. 그런 방향에서 이 책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공익법인 과세 체계 책의 기획 과정을 설명하시면서 NPO법센터의 여러 역할을 말씀해 주셨는데요. NPO법센터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제가 탈북민에 관한 일을 하면서 NPO를 직접 만들고 운영에 오랫동안 관여해 왔어요. 그러다보 여러 가지 여건이 불비하더라고요. 여러 가지, 특히 법적인 문제에 부딪히는데, 다른 NPO들도 똑같이 법적인 문제에 부딪힐 거예요. 회계하고 세무 문제가 제일 많죠. 단체가 좀 더 커지면 노동 문제도 있고. 수익 활동에 관한 문제도 있고. 또 지금 기부문화연구소에서 연구하고 계시는 유산기부에 관한, 상속이나 증여 같은. 이런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잖아요.

그런데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제대로 된 법률 자문을 받기가 어렵죠. 이 문제에 대한 자문은 법률가들도 안 하는 거죠. 왜냐하면 이 자문 서비스가 시장을 형성하고 수익이 생겨야 변호사들도 하는 거니까요. 사각지대가 형성됐더라고요. 그래서 ‘그러면 우리가 공익법 생태계를 지원하자’고 해서 NPO법센터를 만들게 됐어요.

NPO법센터에서 여러 가지 일들을 해 왔어요. 기업공익재단 법제도 결국 그런 차원이고요. 저희가 법률에 관한 자원들이 많으니까 시민사회를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또 <공익법총서>의 기능이기도 하고요.

 

앞서 설명에서 간간이 드러나기는 했는데요. <공익법총서>의 기획 과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공익법총서> 책이 보통 동천 창립기념일인 6월 17일에 맞춰 발간이 됩니다. 그러면 7월이나 8월쯤에 다음 책에 대한 제안들을 하게 돼요. 여러 주제가 제안되고 경합이 벌어지고 심도 있는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여기에는 각 분과위원회도 참여합니다.

저희가 평소에도 여러 이슈를 점검하고 있어요. 동천에 지금 공익 전담 변호사가 여섯 분 계세요. 공익전담변호사로 아주 우수한 젊은 분들이 많이 들어오십니다. 이 분들이 역량이 뛰어나고, 현장에서 상근하고 계시면서 상시적으로 이슈를 접하고 있거든요. 이런 이슈들을 저희가 잘 요리해야겠죠?

 

그렇게 책을 기획하고 필진들을 구성해서 책이 나오게 되면, 책의 발간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판을 만드시는 거죠? 아까 포럼도 말씀하셨고요.

맞습니다. 책을 내는 우리가 학자가 아니잖아요. 어떤 해결하고자 하는 법률적인 이슈가 있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우선 이와 관련 있는 지식들을 집대성하고 정리를 해요. 그러면 이슈를 논의하기 위한 담론 구조가 만들어져요. 그 담론 구조를 바탕삼아 후속 활동을 어떻게 할지를 생각해요. 기업공익재단 법제 같은 경우에는 앞으로 기업공익재단 법제 포럼을 구성하고 반기나 1년 단위로 정기적인 토론회도 할 예정입니다.

기업공익재단 법제는 최초로 지금 비교법을 했단 말이에요. 우리가 스웨덴, 독일, 영국, 일본, 미국,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기업공익재단 법제를 다뤘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걸 주욱 읽어보니까 들쑥날쑥 굉장히 어려워요.

왜 어려운가 하면, 우리나라에서 기업공익재단 법제에 관한 큰 밑그림을 머릿속에 제대로 갖고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세법 하는 사람은 세법만 해요. 공정거래법 하는 사람은 공정거래법만 해요. 회사법 하는 사람은 회사법만 해요. 민법 하는 사람은 민법만 해요. 기업공익재단에 관여하는 법들이 이것만 있나요? 공익법인법, 기부금품법, 그리고 각종 행정. 또 사회복지법인은 또 다른 독자적인 체계에요. 학교법인이나 의료법인도 그렇죠.

이걸 다 소화하는 학자나 법률가, 변호사가 없어요. 그러니 정부 부처 입장에서 보면 또 어떻겠어요? 국세청이 기업공익재단 관리를 주도한다? 그런데 국세청이 이런 법들을 다 이해할 수 없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생기냐 하면, 기업공익재단, NPO, 비영리단체 입장에서 봤을 때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공익법인 과세 체계에 대해서 우리가 큰 그림을 자꾸 그려줘야 합니다. 국세청에서 세무 차원에서 이렇게 하게 되면 어떤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지 그림을 그려서 보여줘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런 그림을 그려줄 사람이 없었어요. 관련 학자들, 법률가들이 파편화돼 있었으니까요. 그런 것들을 저희들이 한 번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님 말씀을 듣고 보니 기부문화연구소의 고민과 비슷한 점이 적지 않네요. NPO나 공익적 사안에 관한 어떤 법률적인 문제가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려고 하니 이 문제를 수용할 만한 전체적인 틀이 없고 분야별로 다 쪼개져 있다 보니 공론화가 제대로 안 된다. 분야별로 쪼개져 있는 이러한 지식들을 집대성해서 문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어떤 담론 구조를 만드는 것. 이것이 <공익법총서>의 중요한 목적이라고 이해됩니다.

맞습니다. 그러한 논의가 가능한 담론 구조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그것을 책 한 번 내는 걸로 끝내는 게 아니고요. 제가 주로 쓰는 용어가 “지속적/체계적/종합적,” 이게 꼭 필요합니다. ‘1회적’인 게 아니죠. 저희가 이벤트성으로 하지 않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설립하고 지금까지 한 20년 되셨죠? 20년은 돼야지 이제 뭐가 나오는 거죠. 저는 그렇게 봐요. 저도 탈북민 일을 20년 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할 거고요. 계속 꾸준히 하다 보면 그걸 통해가지고 뭔가 터득이 되고, 터득된 걸 바탕으로 해서 새로운 뭔가가 만들어져 가고.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맥락들 가운데서 <공익법총서>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그냥 한 번 만들어 볼까? 그런 차원은 아니죠. 저희는 매우 실천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정말 중요하게 붙들어야 할 문제들을 화두로 삼아 접근하고, 책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그 문제에 대한 대응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체계적/지속적/종합적”인 문제 해결을 추구해 가고 있습니다.

 

방금 이 말씀이 오늘 인터뷰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까지 책을 매년 한 종씩 꾸준히 내셨더라고요. 앞으로도 공익이나 법제와 관련된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게 되면 또 그 이슈에 대한 책이 나오겠네요.

저희가 공익에 관한 법률적인 이슈들을 계속 살피고 있는데요. 어떤 이슈들은 정말 시급히 무겁지 않게 다룰 필요가 있더라고요. 지금 내고 있는 책은 1년에 한 번 나오고, 책도 무겁고, 논문집이라서 내용도 딱딱해 보이고. 그래서 이제 팜플렛(소책자)이나 이슈페이퍼 형식으로 만들어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공익법총서>의 산증인 유욱 변호사님의 휴대폰 바탕화면 이미지는 놀랍게도 <공익법총서> 일곱 권의 사진이었습니다.

아름다운재단도 나눔북스를 발간하고 있는데요. 같이 공익총서 사업을 하는 동업자로서 아름다운재단에 하실 말씀이 있다면요?

저희가 제1권(공익법인 연구)은요, 이게 민사법학회와 같이 한 겁니다. 제2권(장애인법 연구)은 장애인법연구회와 같이 한 거예요. 제3권(이주민법 연구)은 같이 할 단체 같은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저렇게 운동가들을 모아서 한 거고요. 사회적경제법 연구(제4권)는 사회적경제학회 등과 같이 했던 거예요. 그리고 사회복지법 연구(제5권)는 서울대 김복기 교수가 기획을 많이 하셨고요. 기업공익재단 법제 연구(제7권)는 외대 김진우 교수님이 기획을 많이 해 주셨어요.

아름다운재단도 함께 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법 관련해서 ‘이런 거를 책으로 한번 만들어봐야 되겠다’라는 생각, 그런 문제의식, 단초가 있다면 저희랑 협의를 해 주세요. 저희가 아름다운재단이랑, 이를테면 <공익법총서> 제10권을 같이 만들 수도 있고요. 그러면 여기에 아름다운재단과 우리가 함께 기획을 했다는 표현이 들어가고요. 아름다운재단에, 연구소나 위원회에 계신 학자나 전문가 분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로 진행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우리는 옛날부터 좋은 관계를 가져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런 좋은, 발전적인 관계를 만들어 나가면 좋겠고요. 아름다운재단도 나름대로 또 고민이 있으실 거 아니에요. 저희도 왜 고민이 없겠습니까. 서로 그런 고민 얘기도 할 수 있고.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하고.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

 

<공익법총서> 발간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공익을 위한 변호사님의 열의를 오늘 인터뷰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요. 공익활동가로서 변호사님의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제가 태평양에 들어온 게 내년이면 30년이 되고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제가 초기에, 20년 전, 30대일 때 (공익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을 때, 그때는 저도 일을 한참 해야 되는 때였으니까 공익활동을 병행하기가 그렇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제 저도 공익 활동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고, 그럴 공간이 생기고 하니까 그런 문제들에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기회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기업공익재단의 물꼬를 트는 일, 그 다음에 사회주택 법제의 기반을 마련하는 일. 그리고 발달장애인 취업지원 법제를 정립하는 일. 태평양을 떠나기 전에 해야 될 마지막 일로 발달장애인 취업 지원 법제의 입법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늘 인터뷰를 통해 <공익법총서>에 대해 보다 잘 알게 됐고, 무엇보다도 다른 데서 들을 수 없는 귀중한 경험들을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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