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화를 이끄는 이사회>, 비영리기관 이사회를 위한 핵심을 다루다!

정책 거버넌스 모형을 소개한 책, 『변화를 이끄는 이사회(Boards that make a difference)』 소개

엄밀한 의미에서 저는 이 책의 서평자로서 충분한 자격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입니다. 왜냐하면 비록 제가 <아름다운재단>을 포함한 몇 기관에서 이사 역할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이사회의 올바른 역할이나 위상에 관한 고민을 깊게 해오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로 그 점이, 그러니까 이사임에도 불구하고 이사회에 관한 고민을 깊게 하지 않는다는 점이 바로 문제의 핵심이라는 깨달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또는 많은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심지어 저 자신도 제가 하고 있는 다른 역할들을 위해서 별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사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자료를 검토하고 회의에 참석하는 것 말고는 투여하는 시간조차도 별로 없었습니다.

따라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을 한다는 것은 사실은 제 경험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겠습니다.

다른 책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비영리 이사회’를 다룬 책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제가 목격해온 사실이기도 합니다. 예전의 아침 출근 지하철 풍경에는 잠을 자거나 신문을 보거나 아니면 드물게 책을 보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십여 년이 지난 오늘날은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고개를 꺾고 ‘폰 삼매경’에 빠져있습니다. 책이 팔리기가 어려운 이유를 실감할 수 있는 풍경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계발서는 제법 꾸준히 팔리는 것 같습니다. 시간 관리나 책상 정리 비법을 알려주는 책부터 시작해서 성공하는 리더가 되기 위한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도 있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비법’을 보여주는 책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직의 이사회를 잘 운영하는 것에 관련된 책은 검색을 해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비영리기관의 이사회에 관한 것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변화를 이끄는 이사회』가 소중한 첫 번째 이유는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는, 그러나 그렇게 두기에는 너무도 중요한 이사회를 (그것도 비영리기관의 이사회를)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매우 작은 기관을 제외하면 많은 비영리기관들은 이사회 또는 그에 준하는 기구를 갖고 있고, 이사들은 기쁜 마음으로 성심성의껏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참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사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은 이사가 되는지를 배운 적도,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걸 가르쳐줄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없는 바로 이런 부분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합니다.

그런데 그저 희소성만이 이 책의 장점은 아닙니다. 두 번째 이유는 비영리기관 이사회가 직면한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사회 회의가 사무국의 보고를 수동적으로 듣는 시간으로 채워지거나 사무국 자료가 안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문제는 많은 조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일 겁니다. 영리기관이 시장에서 평가를 받는 것과는 달리 비영리기관은 평가의 기준을 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자는 이럴 때 이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를 묻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답으로 저자는 비영리기관 이사회를 위한 ‘정책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합니다.

정책거버넌스를 도입한 이사회는 조직의 최고경영자나 사무국에서 담당할 세세한 일들에 간섭하기보다는 단체가 추구할 가치를 정하고 그에 따른 자원 배분의 큰 틀을 결정합니다. 이 모델에서 이사회는 전략적 리더가 되며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의 기준들을 세워가게 됩니다. 이사회는 조력자가 아니라 지휘관이 되며, 이사는 자원봉사자가 아니라 ‘도덕상의 주인’의 수탁자입니다. 짧은 서평에 자세한 내용을 모두 담기는 어렵지만, 이 책은 정책거버넌스의 매우 기술적인 측면을 제시하면서도 그것이 탄탄한 이론적 기반 위에 놓여있음을 보여줍니다. 많은 비영리기관들이 새로운 운영방식을 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정책거버넌스의 틀을 통해서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인 이사회의 재정립을 이룸으로써 더 나은 조직을 만들어 내고 더 나은 성과를 이룰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박경태 | 성공회대학교 교수/아름다운재단 이사

박경태는 한국 사회 안의 인종적·민족적 소수자인 이주노동자·화교·혼혈인 연구를 통해 소수자 인권 문제를 주목해온 학자이다. 그는 연세대학교와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오스틴)에서 사회학을 수학했으며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와 같은 대학 NGO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리버사이드)과 캐나다 요크대학(토론토)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하였으며 다문화주의와 디아스포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아름다운재단 이사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인권과 소수자 이야기』, 『소수자와 한국사회』, 『인종주의』를 비롯해서 “소수자 차별의 사회적 원인”, “국가의 억압과 소수자들의 대응”, “화교, 우리 안의 감춰진 이웃”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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