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영리법인의 이사회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책 거버넌스 모형을 제시한 책, 『변화를 이끄는 이사회(Boards that make a difference)』 소개

지은이 존 카버 (John Carver)는 이사회에 대한 이론가이며 컨설턴트로서 비영리법인 및 공공기관 뿐 아니라 영리법인의 이사회와 관련하여 많은 저서를 집필한 작가이다. 그는 이 저서에서 이사회 리더십 제고를 위해 「정책 거버넌스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비영리법인에 있어서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달음과 동시에 그동안 여러 비영리기관에서 이사 또는 감사로서 활동하면서 유지해 왔던 나의 생각이 지극히 통념적이고 그 역할 또한 매우 형식적이었다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서는 비영리법인(“단체”)의 조직을 거버넌스(governance)와 경영으로 구분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거버넌스는 이사회, 경영은 사무국의 활동을 의미한다. 거버넌스는 구체적으로 이사회의 직무설계, 규칙 및 절차로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많은 비영리법인의 이사회가 본연의 업무를 등한시하고 오히려 한 단계 낮은 사무국 업무의 일부를 수행하는 데 소중한 시간을 낭비함으로써 단체에 대한 이사회의 리더십을 잃고 있으며, 심지어 단체의 목적 수행에 커다란 장애가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사회의 구성원인 이사들은 대부분 비상임이며 단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제한되어 있으므로, 그 시간을 이사회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한다. 이사회 업무의 핵심은 정책 수립이고, 사무국의 역할은 수립된 정책에 대해 해석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이 기준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적용하지 않으면 이사회와 사무국 활동이 서로 뒤섞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럴 경우 이사회는 중요한 업무를 놓치면서 오히려 사무국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활동을 방해하게 된다.

「정책 거버넌스 모델」에 따른 이사회의 역할은,

  • 첫째 목적 정책의 수립인데, 목적은 단체가 세상에 미치고자 하는 영향, 즉 성과이며 그 단체가 존재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된다.
  • 둘째 경영상의 한계 정책의 수립이다. 앞서 수립된 목적을 실행하는 조직은 사무국이므로 목적 달성을 위한 모든 수단은 사무국에 위임된다. 따라서 포괄적으로 위임된 사무국의 업무 중 일부를 제한할 필요가 있는데, ‘사무국이 (비록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더라도) 분별없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수단)을 못하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 셋째 사무국, 즉 경영진에 대한 위임 정책의 수립이다. 이는 사무국에 권한을 넘기는 방식, 그리고 그 권한을 사용해서 이룬 성과를 보고받고 평가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 넷째 이사회 운영 절차에 관한 정책 수립이다. 이사회는 제한된 시간을 위 네 가지 범주의 업무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므로 최고경영진(CEO, 사무국 대표)에게 위임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정책 수립을 위한 절차를 아주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으며 관련 사례도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 저서의 끝 부분에서는 정책 거버넌스를 계속해서 유지, 발전시키기 위해 꼭 필요한 사항을 조언하고 있는데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들이다. 그 조언 중에 한 가지 재미있는 예를 들면, 이사회의 안건 작성을 최고경영자 또는 사무국에 맡기지 말라는 것이다. 그럴 경우 이사회는 소중한 시간에 본연의 업무에서 벗어난 사무국이 원하는 주제를 주로 다루게 되고 결국 사무국의 의도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비영리재단 및 공공기관의 이사진으로서 지금까지 유지해 왔던 통념을 무너뜨리는 저자의 예리한 지적과 탁월한 제안에 수없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현재 한 비영리공익재단의 이사장으로 봉사하는 입장에서 지금까지의 생각과 활동에 대한 큰 반성과 함께, 이사회의 역할과 사무국을 대표하는 최고경영자와의 관계 설정을 새롭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조직의 미래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비영리법인 및 공공기관에서 봉사하시는 이사회 구성원, 임직원 또는 감독기관에 종사하시는 분들께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출처: pixabay.com

한찬희 | 아름다운재단 이사장

40년 가까이 세계적인 회계법인과 컨설팅회사의 최고경영자로 근무했다. 회계전문직으로 근무할 때부터 프로보노 활동으로 아름다운재단, 삼성꿈장학재단, 사회연대은행, 푸르덴셜사회공헌재단, 티치포코리아, 메이크어위시소원별재단 등 많은 비영리재단과 공공기관에서 이사 또는 감사로서 봉사하고 있다. 회계법인 은퇴 후에는 아름다운재단 이사장을 맡아 좀 더 많은 시간을 비영리공익활동에 할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우리 사회 비영리법인의 회계투명성을 높이는 활동과 거버넌스의 향상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상장기업의 감사위원으로 영리법인에서도 모범적인 거버넌스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함께 읽어보실 만한 글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