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선봉대

대학에 다니던 시절, 동아리에서 MT나 단체 여행을 갈 때에는 앞서 한두 사람이 미리 답사를 다녀왔다. 미리 세워둔 계획에 따라 일정을 소화하고, 실제와 다른 부분이나 문제는 없는지 확인하는 일이었다. 이들의 역할은 나중에 실제로 MT나 여행에 나설 팀원들이 즐겁고 원만하게 일정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계획을 아무리 빈틈없게 세운다 한들, 직접 미리 가서 확인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요소들이 여행을 망치는 사건을 막지 못한다.

 

외국어로 된 책을 번역하여 내는 일도 마찬가지다. 원문에만 충실하게 번역하여 책을 내어놓아도 한국어 독자들의 이해를 방해하는 요소들이 읽기를 망치는 일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변화를 이끄는 이사회』는 그럴 개연성이 충분했다. 이 책에는 일찍이 접해 보지 않은 생소한 개념과 논리가 많았다. 게다가 여러 분야에 두루 아는 것이 많은 저자가 독자의 이해를 돕겠다며 든 예시가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저자의 예시는 영어권 독자들에는 도움이 되는지 몰라도 한국어 독자에게는 혼동을 더하는 것 같았다. 번역 원고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특히 그런 걱정이 많이 들었다.

 

만약에 독자 중 일부가 미리 번역 원고를 읽고 경험함으로써 독자의 이해를 방해하는 요인을 미리 찾아내어 조치하면 어떨까? <독자선봉대>는 그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이 아이디어는 다음 <나눔북스>(제16권)의 예비저자인 이원규 대표가 건넸다. 내 고민을 털어놓자 이원규 대표는 ‘어떤 책은 번역 원고를 가지고 몇 사람이 미리 스터디를 한 다음 내는 경우도 있으니 이 책도 그렇게 하면 어떠냐?’고 알려주었다.

 

<독자선봉대>는 번역가와 담당자의 번역 및 검토를 마친 번역 원고를 독자가 미리 읽어보고 개선 의견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정식 출간 이후 읽게 될 독자들보다 앞서 읽는다는 의미에서 ‘선봉대’라는 말을 붙였다. 여기에는 이화여대 사회적경제 석ㆍ박사과정 곽미영, 배영미, 이경미, 전선영 선생님, 한양대 경영학 박사과정 김기현 선생님, 그리고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정현탁 선생님이 참여해 주셨다. 이 분들로 구성한 팀과 별도로 아름다운재단 내에서도 김진아, 박정옥, 신문용 간사님이 팀을 구성하여 참여하였다.

<독자선봉대>의 활동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독자선봉대>는 약 1,850개나 되는 엄청난 양의 개선 요청을 쏟아냈다. 이런 열정적인 활동 결과는 나중에 독자가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들을 거의 빠짐없이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독자선봉대>의 요청에는 번역 표현에 관한 개선 의견뿐만 아니라 한국어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주석이나 배치 변경 혹은 보충설명에 관한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의견들은 책으로서의 번역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담당자로서 <독자선봉대>의 기여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나중에 이 책을 접하게 될 독자들의 반응을 미리 확인할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원서 자체가 결코 독자에게 친절한 책이 아니기에, 처음에는 다들 어리둥절해하고 불만도 표시하였다. 그러나 읽어갈수록 이어지는 참여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으로 변하였다. 특히 이사회 운영 관련 업무를 해 보신 분들은 이 책의 내용을 매우 열렬히 지지해 주셨다.

 

이 글을 통해 <독자선봉대>에 참여해 주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 말씀을 드린다. <독자선봉대> 여러분들이 기여하신 만큼이나 그 분들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기를 바란다. 나에게는 사전 답사의 황당한 스릴이 밋밋한 본여행보다 더 재미있던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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