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나은 필란트로피를 숙고하다
『기빙웰(Giving Well)』은 ‘잘 나누기’라는 뜻입니다. 이 책은 좀 더 나은 필란트로피에 관한 깊이 있는 생각을 담은 글들로 구성되었으며, 필란트로피 각 분야를 연구하는 13명의 학자들이 각 분야에서 ‘더 나은 필란트로피’에 관하여 성찰한 13편의 독립된 글을 엮었습니다. 따라서 각 장의 순서를 바꿔서 읽거나 특히 관심 있는 분야의 ‘기빙웰’을 다룬 장을 따로 읽어도 무방하겠습니다.
아래에서는 각 장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서문. 필란트로피의 윤리
퍼트리샤 일링워스 Patricia Illingworth
토머스 포기 Thomas Pogge
레이프 위나 Leif Wenar
자기 수입의 얼마까지 기부해야 하는가. 종교나 사회에 따라 다양한 기준이 존재 – 예를 들어 교회의 십일조(10%) – 하지만, 부유한 나라에서 부자가 벌어들이는 돈의 90%는 사회적 자본 덕택이므로 최대 90%의 소득세 부과를 주장할 수도 있다.
인류 전체를 놓고 보면 빈곤으로 인하여 사망하는 사람이 자연재해로 사망하는 사람의 150~200배에 이른다.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와 달리 빈곤은 거대하고 체계적인 부조리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할 때 가난한 사람들을 도울 의무는 절대적이다.
자선 기부에 대한 세금 혜택은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다원적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1장. 억만장자는 무엇을 기부해야 하는가
– 그리고 당신은 무엇을 기부해야 하는가
피터 싱어 Peter Singer
부자들은 세계의 빈곤을 줄이기 위한 부담을 맡을 의무가 있다. 기본 생활 수준을 넘어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수입의 최소 1%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앤드루 카네기 등 미국의 위대한 필란트로피스트 4명 중 3명이 무신론자이거나 불가지론자다. (필란트로피를 ‘좋은 일’이라고만 한정하면 많은 부분을 놓칠 수 있다.)
2장. 극빈자를 돕기 위한 정의와 선행의 의무
엘리자베스 애시퍼드 Elizabeth Ashford
싱어는 ‘지나가다가 연못에 빠진 아이를 구해야 하는가?’라는 비유에서, 지나가던 사람이 바지에 흙탕물을 묻히는 정도의 사소한 희생을 치르고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마땅히 구해야 한다고 말한다(싱어는 대표적인 ‘공리주의자’다). 이 글은 싱어가 한 주장을 분석함으로써 극빈자를 도울 의무는 어디까지인지 살펴본다. 싱어는 우리가 원조 의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처음으로 강조한 사람이다.
3장. 국제 비정부기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토머스 포기 Thomas Pogge
국제 비정부기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 자원을 배분하면서 ‘나라들 간의 공정성’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원을 비용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특정 국가의 사람들에게 더 많은 자원을 지출하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이 신념은 올바른가? 자원 할당을 나라별로 공정하게 해야 한다면, 지역, 종파, 세대, 성별, 인구규모 등에 따라서도 공정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이 신념은 모든 각 사람을 동등하게 대우할 의무와 양립할 수 있는가?
4장. 발몽 효과
– 필란트로피의 따뜻한 만족 이론
존 엘스터 Jon Elster
(※ 수식 주의)
따뜻한 만족(warm glow) 효과 또는 발몽(Valmont) 효과는 선행이 주는 좋은 기분(쾌감)이 자선기부의 동기로 작용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신경경제학자들이 말하듯이) X를 함으로써 기쁨을 얻는 것과, 기쁨을 얻기 위하여 X를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 박찬구 교수는 『개념과 주제로 본 우리들의 윤리학』에서 이른바 ‘심리적 쾌락주의’는 이미 기각된 이론이라고 단언한다. 쾌락은 직접적 목적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서는 반드시 쾌락과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는 어떤 행위의 부산물이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하기 때문이다.
☞ 나눔을 통해 얻어지는 구체적인 이득 (『나눔이 주는 아주 특별한 선물』 62~64쪽)
신체적인 유익 | 정신적인 유익 | 영적인 유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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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세계 빈민 원조
– 원조 공여국의 새로운 과제
로저 시 리델 Roger C. Rigddell
원조가 발전과 빈곤 경감에 반드시 필요한가. 반드시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원조를 제공하지 않는 것보다는 더 빠르게 빈곤을 경감시키는 데 도움이 되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원조 공여국이 증가하면서 공적 원조 체계의 효율성이 점차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공여자들은 대부분 각 수혜자를 상대로 서로 다른 별개의 계약 작성을 요구한다. 각 수혜자는 서로 다른 공여자들에게 수백 개의 진상조사단과 평가단을 맞아야 한다. 또한 공적 원조 자금을 분배하는 전반적인 건전한 구조가 부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6장. 가난은 연못이 아니다
– 부유한 사람들의 과제
레이프 위나 Leif Wenar
극심한 빈곤은 인재(人災)며 도덕적 재앙이다. 부유한 개인은 각자가 가난한 사람을 도울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한다. 도움을 주는 방법은 (1) 자기가 가진 특별한 기술을 활용하거나, (2)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자원에 의지하거나, (3) 더 많은 좋은 정보를 모아서 공유하거나, (4) 효과적인 새로운 빈곤 경감 전략을 탐구하는 것 등이 있다. (5) 자기가 가진 돈을 쓰거나 즐길 거리를 포기하는 방법도 있다.
7장. 윤리도 통역이 되나요?
– 필란트로피를 대할 때 원칙과 힘
알렉스 드 발 Alex de Waal
이 글은 필란트로피 동기가 결과로 나타났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해외에서의 인도주의 행위가 그 대상자들에게 어떻게 이해되는지에 관한 윤리적 해석을 담고 있다.
예를 들어 분쟁지역에 있는 사람들을 도우려는 노력이 해당 국가의 독재나 세습체제 유지에 이용되기도 한다. 인도주의 사업 자체가 해당 국가의 유력 집단을 보호하고 장려하기 때문이다. 또 ‘개발’은 이전까지는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던 지역에까지 영향력의 범위가 확대됨으로써, 이전에 사적이거나, 공동체 또는 친족의 권한으로 여겨지던 사람들의 삶의 영역에 정부가 간섭하는 것이 정당화되기도 한다. 윤리적 관점에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8장. 글로벌 필란트로피 사업과 글로벌 거버넌스
– 글로벌 시민사회와 유엔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도덕적 정당성
케네스 앤더슨 Kenneth Anderson
유엔이 글로벌 시민사회를 지원할 때 회원국들은 시민사회의 도덕적 정당성, 즉 대표성을 문제 삼곤 한다. 그린피스가 포경선을 막아 세우고 해상 시위를 할 때 그들의 활동은 누구를 대표하는 것인가. 그리고 국제사회에 안보 이슈가 쟁점이 될 때 유엔과 글로벌 시민사회 간의 파트너십은 약화되는 경향이 있다.
9장. 필란트로피의 정치 이론을 향해
롭 라이시 Rob Reich
이 글은 필란트로피에 대하여 세제 혜택 부여를 정당화하는 근거 세 가지와, 각 근거에 대한 비판을 다루고 있다.
1. 과표(tax base) 설명 : 기부금은 개인의 소비와 부의 축적을 위해 사용된 돈이 아니기 때문에 소득세를 산출할 때 당연히 과세표준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소득공제는 필란트로피에 대한 보조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설명에 대해서는 네 가지 명백한 비판이 있다.
① 소득에 관한 처분 권한을 개인이 갖는 한, 이 지출은 소비와 성격이 같다.
② 모든 기부자는 크건 작건 간에 기부를 통한 이익을 얻고 있다.
③ 개인의 소비와 부의 축적과 무관하게 사용되기만 하면 과세표준에서 공제되어야 한다면, 목적이 선하지 않은 일에 대한 기부나 외국에 대한 기부도 공제 대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 두 종류의 지출은 과세표준에서 공제되지 않는다.
④ 필란트로피는 비경합성이나 비배제성을 갖는 공공재(public goods)라기보다는, 어느 정도는 배제성을 갖는 클럽재(club goods)에 더 가깝다.
2. 보조금 설명 :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국가가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공공재의 공급을 효율적으로 자극하기 때문에 정당화된다는 설명이다.
3. 다원주의 설명 :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공공재 생산 권한을 탈집중화함으로써 민주주의의 번성과 시민사회의 다양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정당화된다는 설명이다. 이 때 기부행위는 자신이 선호하는 사회적 기획에 현금으로 투표하는 행위가 된다. 그러나 누진 소득세 체제 하에서는 자선 기부의 혜택이 부자에게 더 주어지는 현상(역진성)이 발생하며, 필란트로피에 있어 부자의 발언권이 더 강해지는 문제가 있다.
10장. 돌려주기
– 필란트로피 실천의 규범, 윤리, 법
퍼트리샤 일링워스 Patricia Illingworth
사회 자본이란 지식과 관계적 특권을 가진 사회적 관계에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 규범과 사회적 네트워크가 사회 자본을 구성한다. 사회 규범은 사회적 상호작용에 관한 것으로서 거래비용을 줄여준다. 사회적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이 소득 격차를 유발한다. 필란트로피는 사회 자본의 결과물이며, 사회 자본의 증가는 기부 증가의 전조 현상이다.
사람들이 사회 자본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적 네트워크에 대한 사회적 접근성을 향상시키는 것(예를 들어 사람들이 서로 뒤섞여서 상호작용을 유발할 공동체 공간을 만든다)이다. 둘째, 사회 자본 형성을 촉진하는 규범(법률, 규정, 제도 등)을 만들어 확산시키는 것이다.
사회 자본이 풍성한 공동체에서는 사람들이 보답을 요구하지 않고도 다른 사람을 쉽게 돕는다. 당장 수혜자에게 보답을 받지 않더라도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게 다른 식으로 보답을 받으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누가 누구에게 빚졌는지를 굳이 따지지 않는다. 이것을 ‘일반화된 호혜성’이라고 한다. 이 개념은 후원자와 수혜자 사이의 일대일 관계를 가정하지 않는, 필란트로피 기부를 이해하는 가상의 방법이다. 필란트로피 기부는 한 마디로 ‘보답할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기부하는 것’이다.
신뢰는 일반화된 호혜성을 촉진하므로 신뢰를 장려하는 규범 또한 필란트로피 기부에 도움이 된다. 여기에는 진실 말하기, 약속 지키기, 개인의 진실성, 공정성, 이타주의 등이 포함된다.
사회 자본에는 어떤 인위적 경계도 없다. 사회 자본을 창출하는 규범, 가치, 네트워크는 국경에 의해서가 아니라 오직 사람과 그들이 행하고 만드는 결과에 의해 제한될 따름이다.
11장. 기금 출연자 겸 설립자 (Funder-Founder)
– 비영리 기구의 필란트로피적 설립과 관련된 윤리적 고려 사항들
제임스 슐먼 James Shulman
-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 구상을 반드시 자세히 조사함으로써 필란트로피의 낭비를 피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다른 기금 출연자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통제권을 공유하면 다른 사람들의 조언과 지혜를 끌어들일 수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는 것이 변화를 실행하는 최선의 방법인 경우가 분명히 있다.
- 어느 영역에 관한 실제적 지식과 자신의 구상을 철저히 조사하려는 의지를 보유한 기금 출연자 겸 설립자는 기존 단체를 지휘하기보다 새로운 단체를 설립함으로써 위험을 좀 더 감당하는 편이 더 나을 수도 있다.
- 단체 설립은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드는 계획이다. 사무실을 얻고 정체성을 창조하며 시장의 한 부분을 끌어들이는 일은 전체 과정의 시작일 뿐이다.
- 기금 출연자 겸 설립자는 새로 설립하는 단체를 추구하는 목표 달성 과정을 함께하는 파트너로 간주해야 한다.
- 명확한 장기 계획을 수립함으로써 단체 설립 초기에 일어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단절에 대비하는 제방을 쌓아야 한다. 단절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명확한 장기 계획이 있으면 이는 미래의 해석자에게 참고할 안내서 역할을 하게 된다.
- 초창기에 설립자는 다만 자본 위험을 부담할 뿐이지만, 설립한 단체가 해당 지역사회 내에 안착해 감에 따라 부담해야 할 위험의 범위가 점차 넓어짐을 이해해야 한다.
- 하향식으로 설립한 단체가 지역사회의 구조에 안착하는 과정에서 함께할 파트너가 늘어나고 다루어야 할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커다란 시험대에 서게 된다.
12장. 기업 필란트로피의 실현되지 않은 약속
토머스 더블유 던피 Thomas W. Dunfee
기업이 필란트로피에 참여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 회사의 전반적인 평판 개선
- 고객에게 자기 회사의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 유도
- 시기 별 수입 균등화
- 절세
- 산업 내 경쟁 지위 향상
- 직원 동기 부여
- 중요한 사회적 네트워크에의 접근
- 사전 규제 차단
- 나쁜 행위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반응 차단
- 특정한 사회적 목적 달성 등
기업 필란트로피와 관련한 쟁점은 다음과 같다.
- 대리인 문제 : 경영자가 기업 자산을 이용해서 사회사업을 시작하거나 자선 기부를 함으로써 개인의 이익을 얻을 때 주주의 이익이 희생된다.
- 필란트로피와 재무성과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시장은 기업 필란트로피에 대해 중립적이다.
- 기업 필란트로피와 기업의 핵심 능력 간에 어떤 연계도 없는 경우가 많다. 경영자는 기업이 가진 경험과 지식, 사업상의 강점을 프로그램에 결합시키는 방식을 필란트로피 전략의 토대로 삼아야 한다.
13장. 필란트로피, 이기심, 책무성
– 미국 대학과 개발도상국
데베시 카푸르 Devesh Kapur
이 글은 개발도상국 개발과 관련한 미국 대학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다음 각 주제를 다루고 있다.
- 대학이 개발도상국 개발에 자문 역할을 할 의무.
- 대학의 연구 결과로 발생한 재산권을 어떻게 행사하여야 하는가.
- 개발도상국에서 점점 높아지는 고등교육 수요를 충족시킬 의무.
- 대학이 개발도상국 개발과 관련한 연구로 받는 연구비에서 간접비를 공제하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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